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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나주시장선거 시민은 사라지고 유권자만 남았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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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호] 승인 2018.06.10  16: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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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21세기의 명예혁명이라고 불러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2016년 광화문의 촛불혁명. 대한민국 국민은 광장에서 승리했고, 국회는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은 그러한 형식적 법 절차가 아니었다.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야당들을 탄핵으로 이끈 것도, 신속한 심리와 판결로 헌법재판소를 견인한 것도, 다름 아닌 모두가 광장의 시민들이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무혈혁명을 통해 의회주권을 확립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시민들 스스로가 헌법에 명시된 인민주권의 실현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몸소 실천했다. 시민들이 작심하고 들고 일어서면 어떤 부당한 권력도 몰아낼 수 있다는,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민초들의 힘을 보여준 대서사시였다.

이처럼 광장에서의 시민들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응징에 목소리를 높였으나 일상(日常)에서는 시민들은 위축되었고 힘을 잃었다. 광장의 언어는 일상에서 통용되지 않았고, 시민들은 그 말들을 잃어버렸다. 말이 없는 민주주의, 말하지 않는 민주주의, 말할 수 없는 민주주의,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남은 것은 침묵의 민주주의뿐이다.

6.13나주지방선거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촛불혁명의 완성을 지켜보면서 6.13나주지방선거에도 적폐청산에 대한 그 뜨거웠던 광장의 열기가 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선거를 이틀 앞둔 지금 기대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조짐을 다분히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투표는 ’까봐야 안다‘지만 선거운동기간 동안 유권자들의 지지성향을 나름 분석해보면 거리가 멀다. 투표는 각 사람의 의사를 투표용지에 표시하여 투표함에 넣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투표행위로 완성된다. 그러나 나주6.13시장선거를 지켜보면 오로지 투표로만 말할 수 있는 곳에서 유권자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시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투표로만 말할 수 있는 국민은 주권자가 아니다. 목소리를 잃은 가수에게 관중의 환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듯이 목소리를 잃은 시민에게 권리는 없다. 침묵하는 시민에게서 권력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대의정부론》에서 의회의 역할을 ‘말하는 것’(talking)이라고 했다. 1861년, 밀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보통선거권의 확립과 그에 기반을 둔 의회민주주의를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이 스스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의회라도 그들을 대표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15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가 오직 투표를 통해서만 우리의 뜻을 전달해야만 한다면 이것은 통탄할 일이다.

투표는 민주주의를 체제하에서 채택한 가장 공식적인 의사표현이며 국민이 주권을 발휘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주요한 수단 중 하나다. 국민에게 투표권의 보장은 민주주의 발달을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이자 중요한 척도이다. 투표와 선거 방식이 다를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 국가라면 공정한 선거와 투표를 법과 행정으로 명확히 보장, 감독하고 있다. 선거 투표를 통해 국가 통치권자, 국민의 대표 등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므로, 국민은 국가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다.

소도시의 소주간이나 커피 집은 그 지역사회의 광장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역민의 마땅한 소통공간이 부재한 나주 역시 소주간이나 커피 집 등이 광장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도시의 광장은 단순히 넓은 장소적 개념이 아니다. 지역민들이 우연찮게 만나 소통을 하는 공간이다.

촛불혁명의 발원지였던 광화문 광장과 다른 점은 정치, 사회적 목적 없이 가까운 지인끼리 소주와 카피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정치판과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가나 차를 마시면서 돌아가는 지방정치판의 선악을 논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을 비롯한 지방정치인들의 정치행태에 대해 나름의 분석과 소신을 말하며 목청을 높이는 장소다. 또한 지방정치판에 밝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에서 지방정치 돌아가는 것을 귀동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쏟아내는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나주는 부당한 권력과 부정부패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청정 나주가 될 것 같다. 대부분이 민주인사고 부당한 권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나주의 광장 곳곳에서 저녁마다 소통되는 얘기를 들어보면 나주의 앞날은 너무 밝다. 그러나 현실은 광장의 목소리와 거리가 멀다.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응징에 목소리를 높였으나 일상에서는 시민들이 위축되었고 힘을 잃었듯이, 나주의 광장 역시 광장의 언어는 일상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소주간과 커피 집의 시민들은 목청 높였던 그 말들을 잃어버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말이 없는 민주주의, 말하지 않는 민주주의, 말할 수 없는 민주주의, 우리에게 남은 것은 침묵의 민주주의뿐이었다.

6.13나주시장선거를 앞두고 시민은 사라지고 유권자만 남았다. ‘닥치고 투표’라는 말은, 늘 사실이었다. 말은 그들의 몫이었다. 목소리를 잃은 가수처럼 ‘나주광장’을 떠난 우리의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누구보다 부당한 권력 혁파와 적폐청산을 부르짖었던 나주광장의 시민들은 끝내 목소리를 잃은 가수가 돼 혁명의 무대 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묵묵히 찍고, 배신당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혐오하고, 종내는 무관심으로 돌아설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지역민이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광장의 말을 일상으로 가져와야 한다.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나주의 ‘침묵하는 다수’(어떤 국가 또는 집단에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불특정 절대다수를 말한다)가 돌아와야 한다. 이들만이 나주 지방자치의 희망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돌아올 때 나주정치판에 ‘적폐’니 ‘비선실세’니 하는 부정적인 단어는 사라질 것이다. 6.13나주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 왔다. 올바른 주권행사로 나주광장의 이바구는 ‘뻥’이었고 신성한 한 표는 거짓이었다는 불명예는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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