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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 - (41)「발자국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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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승인 2007.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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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린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요절한 시인 시형도의 시「이 겨울의 어둥 창문」 가운데 일부다. 역시 요절한 시인 고정희처럼, 자신의 죽음을 미리 내다본 듯한 시어들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그런데 책을 보노라면 글의 내용보다 틀린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교열기자의 직업병이 여기서도 도진다. '발자국 소리'라는 말 때문이다.

'자국'은 '흔적'이다. 그러니 '발자국'이라면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흔적'이다. 이러한 흔적에서 소리가 난다?

이런 논리라면 개에게 물린 이빨 자국에서도 소리가 날 수 있고(이빨 자국 소리?) 진한 루주가 묻어난 입맞춤 자국에서도 소리가 날 수 있으며(키스 자국 소리?) 손톱에 할퀴인 생채기에서도 소리가 날 수 있다(상처 자국 소리?).

자, 정신을 가다듬자. 자국은 어떤 행위가 끝나야 남는데, 소리는 행위 중에만 나는 것이니 논리적으로 '발자국 소리'는 날 수가 없다.

그래서 '발자국 소리'는 '발소리'나 '발걸음 소리'로 써야 한다. 그런 까닭에, 아래 글은 읽는 데 힘이 좀 들었다.

…가장 어울리는 발자국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그를 만나면 나는 늘 귀를 기울여 그의 발자국소리를 들었다. 그의 발자국소리소리는 세상의 어느 곳에서도 들렸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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