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나 연리목처럼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열고 살을 열어
기어이 펄떡거리는 혈관을 잇더니
급기야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닮아가는 것들이
어디 한두 인연이겠습니까만

우리 마을 노안아짐도
아짐처럼 바지런한 햇살이
엉성한 문틈을 비집고
한숨회초리에 멍든 가슴팍으로
살금살금 기어들면
누룽지처럼 눌어붙는 눈꺼풀을 일으켜
들판으로 산자락으로 득달같이 내달아
풀뿌리든 더덕이든 고구마든
온갖 뿌리와 그리도 쌈박질을 하더니
언제 그리 수상한 수작을 하였을까요

하늘로 머리 둘렀던 뿌리가
시름시름 땅으로 쏠리더니
워메, 앞세운 서방이 다 뽑아간 민둥머리서
몽싱몽실 실뿌리가 돋아나더이다
갈 때까지 가보자고 온몸이 뿌리가 된 아짐이
뿌리 따라 땅속으로 살러간 지도 벌써 석삼년이요

친구 따라 강남간 아짐이 잘사는지
궁금해서, 가끔
땅을 파보면 아짐은 간 데 없고
웬 잔뿌리들만 사무치게 얽혀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