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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 - 2. 제주 조천관(朝天館)12. 나주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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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호] 승인 2007.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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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배는 대부분 한라산에서 나는 나무를 제목으로 배를 지었다. 한라산 고지대 중턱에서 곧게 자란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가 그것이다.

제주 배는 육지에서 나는 소나무로 만든 배보다 훨씬 단단하고 수명이 길었다. 곧게 자란 구상나무는 배의 속도를 내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묵선을 그릴 때 반듯하게 그어지는 구상나무는 소나무보다 훨씬 강했다.

병충해가 붙지 않아 목재가 단단하고 괭이 진 곳이 없어서 배를 짓기에는 제격이다. 구상나무에 붙여진 별명이 재미있다.

 "살아생전에 백년이요, 죽어서도 백년이다."

그만큼 단단해서 배를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최부는 서둘러 바다를 건너갈 준비를 했다. 수정사 주지스님은 자신의 배를 부리며 뭍으로 갈 선원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궁금했다.

목사가 말한 선원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막강한 실력을 갖춘 뱃사람들로 구성된 항해 팀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제주에서는 내 노라 할 만큼 배를 잘 부리는 자들이었다.

먼저 항해의 모든 것들을 총괄할 총무로 제주목사관할의 종6품 안의(安義)를 뽑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불의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모든 이들이 건장한 체구의 남정네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안의는 당당하고 우람한 체구가 다른 사람들을 압도한다.

배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할 서기(書記)로는 이효지(李孝枝)가 선발되었다. 실제적으로 배를 부릴 사무장으로는 허상리(許尙理)가 선발되었다.

수정사 배의 영선(領船)이며 수정호 선장으로서 배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판단하고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자로서 권산(權山)이 타기로 했다.

배의 방향을 가르며 항해할 초공(梢工)으로 키잡이를 해야 할 자들로는 팔 힘이 넘쳐나는 김고면(金高面)을 뽑았다.

나주에서부터 최부를 수행하며 동행해오던 8명과 수정사 스님이 정해준 위의 항해사 5명 그리고 노를 저어야 할 사람 17명이 같이 배를 타야한다.

배를 지킬 호송군(護送軍) 9명과 관노(官奴) 4명까지 최부를 포함해서 모두 43명이 운명의 한배를 다함께 타야만 했다.

수정사 배는 한선이었다. 제주한선(韓船)은 관선과는 달랐다. 생김새부터 달랐다. 돛이 두개가 달렸고 배의 앞쪽은 뭉툭해서 섬에 정박할 때도 쉽게 했다.

배의 끝 쪽은 날렵하게 해서 매끄럽고 속도감이 넘치게 보인다. 배의 중앙에는 가장 높은 곳에 선장실과 사무실을 지어 전망이 터지고 멀리 보이게 했으며 보통의 마루를 깔아 아늑한 분위기를 풍겨준다.

다만 판옥선이 나오기 직전의 배로서 노꾼들이 앉아 노를 저을 곳과 상갑판이 덮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판옥선과 다를 뿐이다.

제주의 1월은 항해 금지의 달

사찰에서 운영하는 배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데 이용해야 하므로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배이다. 선박의 관리에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배라야 한다.

제주도라는 섬에서 사방이 터진 지리적 특수성을 감안해서 거친 물살과 바람을 이겨야 하는 배는 타 지역의 배보다 훨씬 빠르고 견고해야만 했다. 그러한 조건에 맞는 배로 목사는 수정사의 배를 추천했던 것이다.

더구나 수정사 배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어릴 때부터 바다와 친숙하게 지내며 자라온 제주출신들로 구성된 숙달된 항해사들이다.

그들은 어릴 때는 '태우'라는 배를 타며 꿈을 키우고 뱃심을 기르며 제주바다를 지켜왔던 자들이다.

태우는 배라고 부르기 보다는 일종의 뗏목에 불과했다. 기다란 장대 목을 서로 묶어 흔들리지 않게 하고 간단한 선실을 꾸민 배다.

허술하고 위험이 도사린 배아닌 배이지만 그러한 뗏목과 비슷한 배로서 대체로 길이가 5m내외로 폭도 2∼3m에 불과하다.

바다 물에 직접 노출되어있는 위험스런 배이지만 그들은 태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거친 파도와 맞싸워 희망과 배포를 키워왔던 것이다.

그들은 단지 노(櫓) 한 자루만 갖고도 1.3노트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대단한 용기라 하겠다.

겨우 사람이 서있을 정도의 작은 배 태우는 육지에서는 떼배라 부르며 타지도 않던 배를 자신 있게 항해하는 제주 인들의 굳은 해양개척의지는 그때부터 자라고 키워진 것이다.

내 몸 하나도 유지하기 힘든 허술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내는 제주 인들의 해양 정신은 어릴 때부터 위험을 이기는 감투정신으로 무장되었으리란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자라서는 육군보다는 해군에서 근무를 한다.

제주바다와 본격적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에서 바다를 멀리하고는 단 하루라도 살아갈 수가 없다.

바다의 물살이 아무리 거칠고 두려워도 이를 극복해야만 처절한 생존의 터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주의 해역에서 떼배 같은 태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할 때 배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노 한 자루뿐이라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들은 단지 한 자루의 노만으로 거친 물살을 이길 수 있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항해기술을 지녔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수정사의 한선은 가히 천하무적의 초일류 선박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제주의 1월은 항해 금지의 달이다. 그만큼 날씨가 흐리고 세찬 태풍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월 한 달은 출항을 금하고 당집을 찾아가 해신(海神)에게 제사를 지내며 바다가 잔잔해지기를 기도하는 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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