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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이 시사하는 것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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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호] 승인 2018.05.06  16: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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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오늘날 매스 미디어는 정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현대의 정치 과정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를 이른바 ‘미디어 정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와 더불어 정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인터넷 미디어의 활용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대선이나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자신의 홍보나 정치 광고 게재 등 효과적인 정치 미디어로서 인터넷은 그 영향력이 이미 검증 됐다.

현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재는 단연 남북정상회담 관련 얘기지만, 일명 ‘드루킹 사건’도 빼 놓을 수 없는 정치권 핫이슈다. 남북정상회담에 가려 약간은 주춤한 상태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드루킹 사건이란 더불어민주당의 의뢰로 시작한 수사에서 경제적공진화모임(공진모) 카페 회원이면서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블로거 드루킹을 비롯한 3명이 카페 회원 아이디를 동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남북단일팀(여자 아이스하키) 논란 등과 관련된 댓글 창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사이버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이들이 지난 3월 22일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쉽게 말해 공진모 회원이며 민주당 당원인 드루킹 등이 정부 비판 댓글을 메크로로 돌렸다가 민주당의 수사의뢰로 구속된 상황이다.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클릭 한 번으로 처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암표상이 각종 티켓 등을 사재기하는데 주로 쓰였다. 이후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터넷 마케팅 업체들이 조회 수나 댓글 수를 늘리거나 특정 업체를 검색어 상위권에 노출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러나 포털들이 어뷰징(반복적 댓글이나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으로 판단되는 트래픽의 IP(인터넷 주소)를 차단하고, 검색 광고나 댓글에 대한 필터링을 강화하면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드루킹 등이 매크로를 이용해 이른바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벌이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된 프로그램이다.

드루킹 사건의 내막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자처하며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던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자리를 전리품으로 챙기려다 거절당하자 느닷없이 반문(反文) 댓글조작을 하다 구속되는 막장극의 주인공이 된 사건이다.

즉 대선을 비롯해 지금까지 문 대통령을 인터넷을 통해 도와줬는데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집권여당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벌인 인터넷 협박사건이다. 드루킹은 네이버 댓글 매크로를 이용하여 600여개의 아이디를 사용, 댓글을 달거나 추천, 공감수를 인위적으로 불려 여당에 불리한 정보를 상당히 노출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명 킹크랩이라고 불리는 자체적인 서버를 구축하여 매크로를 조작했는데, 별도 서버를 구축한 것 자체가 일회성 단순작업이 아닌 전문적이고 대규모적인 여론조작 작업을 위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특히 야 3당이 이 문제에 대해 특검 요청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대한 근본적인 명분을 뒤흔들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데 있다. 드루킹이 대선 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댓글 추천수 조작’을 통해 지난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드루킹이라는 인물이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 브로커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신호탄이 된 촛불집회에서 인터넷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광장을 제공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연결을 도모했다.
 
촛불시위를 계기로 그 실질적 역할을 인정받은 실시간 동영상의 경우, 촛불집회의 경과와 구체적 양상을 시시각각 전달해 주어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직접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 이상의 현장감을 제공해 주었다. 가공할만한 인터넷의 힘이었다. 인터넷은 의사소통의 혁신은 물론이거니와 대의 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여론 형성의 수단으로서 각광받은 지 오래다.

촛불집회의 경우와 같이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 시민들 스스로가 저항할 경우, 인터넷은 그들의 의견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모으는 훌륭한 매개체로서 여론형성의 새로운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지는 인터넷의 의의는 여론형성의 주도권을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

이제 인터넷은 지구촌을 ‘생각의 속도’로 묶어가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고 뉴스의 원천이며, 공유의 장(場)이 되었다. 특히 이메일 매신저와 함께 댓글의 존재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든 의사표현과 피드백(feedback)을 받을 수 있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드루킹 사건과 같은 ‘댓글 추천수 조작’ 같은 사건들이 인터넷 시대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드루킹은 네이버 등지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친 여권성향의 사이버정치논객으로 알려졌다. ‘경제적동지화 모임’이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그 조직에서 사이이 종교의 교주처럼 활동하면서 정치권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구현하려다 실패한 인물로서 인터넷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이라 하겠다. 

드루킹 사건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연루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 의원 연루설은 조사가 진행되는 데로 사실여부가 밝혀지겠지만, 쌍방향 의사소통 공간인 인터넷이 사용자에 따라 이처럼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

나주지역사회도 민주당 나주시장경선과 관련해 폐쇄형 SNS인 밴드를 통해 시장후보들에 대한 홍보와 네거티브가 만연했었다. 경선이 끝난 지금은 조용해졌지만 특정후보를 위한 ‘댓글전(戰)’과 특정후보를 ‘위장 검증’ 등이 특정 밴드를 통해 기승을 부렸다. ‘댓글 추천수 조작’을 벌인 드루킹까지는 아니더라도 SNS의 기능을 교묘히 악용해 다수의 선량한 네티즌을 향한 눈속임이 있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인터넷 기술의 개척자 밥 메트컬프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딴 ‘메트컬프의 법칙’이다. 그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가자수의 제곱으로 증가한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메트컬프의 법칙에 현혹되어 혹여 자신을 ‘나주판 드루킹’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나주지역 밴드를 유심히 살펴볼 때다. 특정 밴드가 ‘흉기’가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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