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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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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호] 승인 2018.03.18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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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헛디뎠다
허공이었다
14m를 추락하는 찰나에
밀물 같던 한 생의 문장이 찰칵찰칵 몇 개의 컷으로 재생되었다
되감기는 필름에는 순간순간 추락하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한 번도 추락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
의문표가 찍힌 날개가 부러지고
안전모를 쓰지 않은 머리가 절망과 충돌하였다
 
 빌딩유리창을 청소하다가 추락사한 40대 가장의 일기장엔 직장에 대한 소중함과 자부심,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사진으로 찍힌 일기장은 문자라기보다 꽃잎이 분분히 날고 있었다. 하루의 각다분함을 의자에 앉히고 꽃을 피우듯 하루의 단상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북에서 의사였던 그는 병든 아내의 치료를 위해 탈북해서 남에서 청소부와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쳐도 빚은 늘어만 갔다. 날마다 절망과 입 맞추며 추락했을 그의 일기에는 추락에 대한 불평이 한 마디도 없었다. 일기가 꽃으로 보인 이유를 알겠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데 나는 그의 날개가 일기를 쓰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집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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