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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유형의 역사》 한정숙(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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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호] 승인 2018.03.11  10: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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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유형 제도의 역사와 유형자들의 삶”

근대에 들어서면서 국가는 국민의 신체에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감옥에 보내거나 유형을 보내 ‘불순한’ 구성원을 자국 사회에서 제거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많은 근대국가가 자국 밖에 유형 식민지를 두고 유형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했다. 영국은 오스트레일리아를, 프랑스는 프랑스령 기아나를,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유형 식민지로 삼았는데, 이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유형지는 시베리아다.

이처럼 근대 국가는 정치적·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유형의 공간’을 창출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한정숙 서울대 교수의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는 유형자들이 남긴 기록과 행정기록 등을 바탕으로 삼아 제목 그대로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러시아문학사나 지성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게 ‘시베리아 유형‘이다. 작가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유형을 체험한 대표 작가다.

저자 한정숙은 다양한 사료와 실제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여 시베리아 유형 제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시베리아 유형 제도의 역사는 물론 유형수들의 생활사까지 총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시베리아 유형 제도를 평면적인 형벌 제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한정숙은 감옥과 감시 체계를 통해 주민을 길들이는 규율 국가로의 전환 시기에 ‘유형 식민지’(형벌 식민지)가 등장했다고 본다. “갈등의 근원을 외부로 내보냄으로써 징벌을 가시화하는 기제”였다.

우랄산맥 동쪽으로 보내는 모든 형벌·행정 조치를 시베리아 유형으로 불렀다. 유형은 채찍으로 때리기, 귀 자르기, 코 잘라내기 같은 형벌에 옥살이를 한 이후 처해졌다. 이미 벌 받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분리해 버리는 수단이었다.

시베리아 유형지는 러시아 혁명이 싹 튼 곳이다. 정치범의 시베리아 유형은 “혁명 전 러시아의 억압적 체제와 이에 대한 저항을 동시에 상징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시베리아는 “러시아 혁명사에서 두드러진 이름을 얻게 될 이 정치범들과 차르 체제의 정면 대결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혁명가들에게 시베리아 유형은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레닌, 트로츠키 등 많은 혁명가들이 유배형을 받았다. “제정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 유형 속에서 정신과 육체의 칼날을 벼린 유형수들의 활동이 큰 몫을 담당한 러시아 혁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베리아가 러시아의 유형지로 활용되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 이곳이 처음부터 러시아의 영토는 아니었다는 사실은 쉽게 잊는다. 시베리아에는 원래 아시아계의 수렵·유목인들이 살고 있었다. 러시아는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시베리아의 토착 부족국가들을 무력으로 짓밟고, 모피 동물을 멸종시켰으며, 지하자원을 채굴하며 환경을 해쳤다.

시베리아는 일차적으로 러시아의 경제 식민지였던 것이다. 러시아는 이 자원이 풍부한 정복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수탈하고 러시아화 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형수들을 시베리아로 보내기 시작했고, 이에 시베리아는 유형식민지로 전락하여 더 큰 고난을 겪게 된다.

가혹한 유형 제도는 줄곧 비판을 받다가 결국 1900년에 철폐됐지만, 정치범의 유형은 철폐되지 않고 시베리아의 상징처럼 남았다. 저자 한정숙은 우크라이나 코자크 관련자들, 실각한 권력자들, 지식인·혁명가들 등 다양한 유형의 정치적 유형수들에게 한 장을 따로 할애했다.

유배지에서의 생활과 문화, 탈출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다. 한정숙은 “유형 제도는 시베리아에 뛰어난 지성, 고난 받는 순교자, 헌신적인 행동인들을 제공함으로써 ‘본의 아니게’ 이 땅에 새로운 문화의 가능성을 안겨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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