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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상상력》 심용환(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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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승인 2018.03.03  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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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담지 못한, 담고 싶은 이야기"

시대가 주목한 역사가 심용환의 눈으로 본 헌법. ‘헌법’은 한 나라의 정치, 정부 조직, 권력의 제한, 국민의 일상생활 등을 규정하는 최상위의 지위를 갖는 규범이며, 그 바탕에는 한 시대의 변화상과 민중이 요구하는 가치들이 담겨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헌법은 그 나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헌법의 상상력》은 정치와 법률, 역사와 사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 헌정사를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는 물론,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구조에 관한 근현대 석학들의 사상과 비교하면서 우리 헌법의 주인이 우리 국민임을 독자들에게 깨우쳐준다.

   
 
책은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를 살폈다. 제헌부터 이승만의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박정희의 3선 개헌 유신개헌, 전두환의 국보위 개헌 등 하나씩 짚어갔다. 2017년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 논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헌법 문제를 궁구할 좋은 재료가 될 듯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지난 70년 동안 9번 바뀌었고, 끊임없이 정권 연장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 취급당했다. 한 해 뒤 4·19혁명의 파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이기붕과 조병옥의 밀실협약도 개헌을 고리로 진행되는 등 ‘개헌 시도’는 훨씬 더 많았다.

《헌법의 상상력》은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칠레, 북유럽의 헌정사와 대한민국의 헌정사 사이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좋은 헌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세계 각국의 헌정사는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의 보장을 확대해나간 역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역사가 다르고 시민이 그 역사를 써내려온 방식도 다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자신들의 헌법을 바꿔온 다양한 역사가,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 70년간 아홉 차례나 바뀌어온 우리 헌법의 역사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우리 헌법이 바뀌던 매 순간을 다른 나라의 헌정사와 결합시킨다. 그리고 그 역사적 순간에 각 나라의 헌법이 구축하고자 했던 정의와 가치 위에 키케로, 라인홀드 니버, 로베르트 미헬스, 어빙 고프먼, 존 스튜어트 밀, 에밀 뒤르켐의 정치사상을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민주 헌법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 히틀러와 나치 제국의 출현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와 이승만이 제헌헌법을 손쉽게 바꿔 쓰며 권력을 연장하는 것을 막지 못했던 이유를 비교하면서, 인간의 합리적인 신념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관찰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가늠좌로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선한 독재의 신화를 비판한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을 통해서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1970~1980년대 칠레 피노체트의 군부독재가 당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던 상황을 분석한다.

『헌법의 상상력』은 헌법과 생활세계 사이의 간격을 메우며, 우리는 헌법이 만든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동시에 헌법의 역사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대사 70년이 어떤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지은이는 역사와 철학, 정치와 사상을 정교하게 엮어, 결국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주인의식을 회복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헌법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지금,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국민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상상력의 단초가 될 것이다.

책은 우리 헌법의 제정·개정 과정을 세계사적 맥락과 각각 연결함으로써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제헌헌법은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교했고, 2공화국의 내각제 문제는 일본 헌법과 견줘본다.

박정희의 개헌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쿠데타와 연결해 본다. 마지막 1987년 개헌은 북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연결 짓는다. 지은이는 맺음말에서 “우리는 꿈을 꿔야 하고, 그 상상을 반드시 헌법 속에 담아내야 합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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