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다례 혁신도시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시민의 안전한 삶 문제는 국가와 지방정부의 주요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늘날 인류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 되었습니다. 산업화와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복리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여러 위험들을 대형화시키고 체계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들일수록 환경이나 안전문제를 주요 과제로 삼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삶의 안전이나 위험, 건강의 문제는 개인이나 일부 지역, 집단 차원이거나 단기간에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성격이 아닙니다.

현대의 위험은 거대 산업시설이나 공장, 대형화된 편의시설물들이나 주거환경, 환경호르몬 상품들의 범람, 부도덕한 자본가들에 의해 생산 유통되는 식품이나 의약품 등과 같이 매우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면서 일상적으로 인간의 삶과 함께 합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에서는 성수대교붕괴사건, 삼풍백화점붕괴사건, 옥시가습제사건, 세월호침몰사건, 최근의 세종병원, 제천목욕탕 화재 사건 등이 있고 해외에서는 일본의 미나마타병사건(수은 중독),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 인도의 보팔화학공장 가스참사사고(사망자만 2만 여명 추정), 구소련의 체느로빌원전의 방사능 유출사고 등을 포함하여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사건이나 사고들은 점점 더 증대되고 있고 도처에 잠복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러한 위험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구조적으로 체계화되어서 국가의 통제나 관리만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국내의 화재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동일한 원인에 의해 반복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최근 이낙연 총리는 ‘국민건강 확보’를 주제로 한 4차 업무보고회의에서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지켜드리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한 배경입니다.

나주시는 시민안전에 대한 인식수준과 행정수준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시대의 환경이 이렇게 변한 상황에서 나주시의 나주엘지화학공장 증설 추진은 높아진 시민의 삶 욕구 수준에 부응하기는커녕 안전에 대한 매우 낮은 인식수준과 행정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주엘지화학공장이 지난 시기에 지역주민들의 가난을 이겨내는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생존이 우선시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좀더 생명안전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선진국가로 진입한 지금에 와서는 나주엘지화학공장의 역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외려 원도심의 중앙에 버티고 있는 공장으로 인해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고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회복은 물론 혁신도심과의 균형 있는 발전에도 장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주시와 나주엘지화학공장이 증설의 필요성으로 제시하는 일자리창출효과의 경우 나주주민의 취업과는 거리가 먼 연구 분야(석.박사급) 종사가 50명이 전부이며 지역경제활성화의 경우도 지역 내에 엘지화학공장과 연관된 기업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파급효과도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주엘지화학공장의 증설은 위험의 증가와 삶의 질 하락, 그리고 지역경제의 낙후 심화로 이어질 뿐이라는 것입니다.

나주시민들은 일상적인 안전의 위협과 함께 심리적인 불안으로 삶의 질이 피폐되고 있습니다

원도심에 사는 필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엘지화학공장의 증설문제를 통해 알게 된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인식 한 이후부터 폭발이나 화재의 형태로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고 심리적인 불안감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엘지화학공장측은 어떤 반응도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증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결성식을 통해 제기한 문제들, 즉 나주엘지화학공장에서 생산되거나 사용하는 연료, 공장시설물 전반에 대한 안전성과 관리감독 실태를 검증하자고 제안했으나 나주엘지화학공장측에서는 전혀 응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시민들의 의문과 불안에 즉각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가진 것도 나주엘지화학공장측이며,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의무와 책임을 가진 것도 또한 나주엘지화학공장측임에도 오롯이 나주시와 시민대책위에 그 역할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나주시와 나주엘지화학공장은 안전의 과학화는 물론 시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해소시켜야만 합니다

앞서 언급한 이낙연 총리의 국민건강 확보 회의에서 주요 메시지는 “안전의 과학적인 확보와 국민들의 심리적인 안정 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주시는 완벽하고 공정한 행정처리를 통해 나주엘지화학공장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나주엘지화학공장으로부터는 진실된 사실자료 제공과 현장 검증 등을 요구함으로써 모든 의문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시민들의 불안심리까지도 관리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전제된다면 금번 나주시에서 동시에 터진 두 개의 안전과 환경에 관한 문제는 쉽게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 7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이양될 금번 사안에 대해 시장예비후보자들의 명백한 입장 표명은 의무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안전한 삶과 생명이 걸린 나주엘지화학공장 증설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향후 민선 7기 행정부로 넘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예비후보자들은 이 사안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혀 문제의 해결을 앞당기는데 나서야 합니다.

또한 시민의 찬반이 엇갈리고 사안의 성격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할 때 더욱더 시장역할을 수행할 후보자들의 입장 표명은 자질의 문제이자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책임을 지고 있거나 질 당사자들이 빠진 채 힘없는 개별 시민들과 나주시의 실무자들만 발을 동동거리는 현재의 상황은 나주의 민낯입니다. 모두 함께 힘을 보탤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