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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현대사》 박찬수(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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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호] 승인 2017.12.24  1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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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서신의 등장에서 뉴라이트 논란까지”

1980~1990년대는 대한민국 격동의 시대였다. 반독재?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운동이 활기를 띄었다. 대학생을 비롯한 ‘운동권’ 청년들이 이러한 사회운동에 앞장섰다. 그중에서도 NL(민족해방 노선)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학생운동의 주류로 떠올라 변혁의 물결을 이끌었다.

지금은 ‘NL’을 북한과 관련해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무렵까지 NL은 민주화운동 또는 진보적인 재야운동의 큰 흐름을 통칭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NL 현대사》는 바로 이 시기 운동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운동에 중요한 영향을 끼진 NL의 성쇠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북한’이란 금기어를 뛰어넘은 강철서신의 등장에서 반독재 투쟁, 문익환 목사의 통일운동, 전대협과 한총련, 안기부 푸락치, 통일진보당 해산, 뉴라이트 논란까지를 다루고 있다. 

책은 무수한 인명과 단체, 사건을 질료(質料)로 삼아 NL의 태동과 분화 그리고 쇠퇴를 그리고 있는데 주목할 것은 주사파와 NL을 구분한 것, 거꾸로 왜 ‘NL=주사파‘라는 인식이 일반 국민에게 각인됐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책은 “‘주사파’나 ‘전향 주사파’가 NL의 큰 줄기는 아니다. 주체사상을 따랐다기보다는 민족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NL 노선을 지향했던 수많은 ‘보통 사람이었다.”고 하면서 주사파가 NL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은 1994년 박홍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대학 침투” 발언 이후부터라고 한다.

소수에 불과한 주사파가 NL운동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은 민족주의, 대중노선, 품성론 때문이고, 반면 NL 내부를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만든 것은 수령론과 후계자론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1970년대 재일동포 작가 이희성의 소설 〈금단의 땅〉에서 통혁당 당원 나도경과 남한의 독자적 사회주의자 박채로가 벌이는 논쟁을 소개하는데 북한의 권력세습과 좌파의 분열이 최근의 일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한국의 학생운동은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한 나라의 저항운동을 주도해왔다. 더욱이 그중에서도 NL은 1980년대 중반부터 30년에 가까운 시절 동안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이처럼 NL은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사조이자 운동이다. 어쩌면 지난 30년 간 행해진 그에 대한 저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NL '현대사‘라는 이름을 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NL 사조는 어떻게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을까? ‘주사파’가 북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사파가 어떻게 NL 운동권 전체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 민주주의는 무엇이고 통일은 무엇인가? 신념에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가? 목숨을 걸고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 중 많은 수가 왜 극단적인 전향을 택했을까? 그토록 가치를 부여하며 매달린 일에서 이렇게 쉽게 등 돌릴 수 있는가? 도대체 NL의 뭐가 문제기에,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걸까?

자유, 민족, 노동, 겨레, 통일….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독재정권 시대, 많은 사람의 신념과 열정이 우리 사회의 변혁을 이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에는 항상 NL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직간접적으로 NL을 경험한 세대가 다양하고, 이제껏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도 많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들의 여러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시대를 살면서 NL을 직접 겪은 이들이 이름을 밝히거나 익명(匿名)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자료를 제공했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사실에 근접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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