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가을과 겨울 특히 이렇게 한해의 끝자락에서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면 자꾸 배고프고 춥고 무엇엔가 목마른 그런 헛헛한 기분이 들어지곤 했다.

그런데 올해의 겨울은 그동안 나주투데이를 통해 써왔던 글을 한데 모은 <김노금의 의정단상>이라는 책의 출간 때문인지 무엇인가 해내었구나 싶은 그런 기분이다. 한해의 농사를 수확 한 후 곳간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 할 것도 같다.

사실 나주투데이의 지금의 그 지면은 아주 오래전 의원신분이 아니던 훨씬 이전 3년 여 가까이 지역민들과 함께 이런 저런 삶의 애환을 나누던 자리였다. 부족하지만 논설위원 자격으로 매주 <김노금의 세상사는 이야기>란에 둥지를 틀고 일주일을 기다려 주시는 독자들과의 즐거운 만남에 짧지 않은 횟수를 기쁜 마음으로 글을 썼었다. 그러다가 딱 일 년 정도 건강에 이상이 생겨 글 쓰는 일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든 일을 중단하고 1년간 병원생활을 해야 했던 그 때의 상실감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리고 일 년 후 2014년 3월 18일 화순 전대 병원에서 이제 다 나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의 긴 세월을 정치권에 몸을 담고 활동했던 것을 알고 계시던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타 시군 대부분의 비례대표 동료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들의 정치현장과 지역에서 10년 15년을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민을 섬기고 갖은 고생을 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1, 2년은 그야 말로 죽을힘을 다하는 기간이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당시 병원에서 막 나와 비례대표 출사표를 던진 나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아무리 당을 위해 별스런 고생을 했었다 할지라도 염치없는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1년간을 독한 약물치료에 지독한 병마와 싸우느라 수 도 없이 머리가 빠지고 또 빠지고를 반복하며 방사선치료에 다리가 꺾여 걸음을 걷지 못하는 상황을 이겨내며 무엇인가 의미 있는 삶에의 염원은 너무나 간절했다. 몇 번이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들면서 나는 비로소 많이 똘똘해졌었나 보다. 평소의 성격은 절대로 누구와 경쟁을 하는 성격이 못되는 사람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평생을 정치주변을 못 떠나시던 친정아버님과 또 동생의 좌절을 지켜보면서 켜켜이 쌓인 한이었을까? 한번은 해보고 싶었다. 또 그때 도전하지 않으면 다음은 나이 여자나이로 육십이이 넘는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나를 더 단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1년 넘게 병원에 있었던 사람이라는데 많은 염려를 했지만 투표 결과는 지역민들이 김노금 이라는 사람을 기억해 주셨다.

2014년 5월 당시 내가 당선이 되어야 할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지만 많은 독자 분들, 그 분들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셨던 것이다. 지난 3년간의 나주투데이에서의 <김노금의 세상이야기>를 통한 지역민들과 꾸준한 교감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팔 할 이상 나를 키워준 나주투데이에 감사한다. 그렇게 2014년 7월 1일 의회에 들어와 1년여 가까이 신출내기 의원활동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그러다가 2015년 전어 굽는 철인 9월 이제는 의원 신분으로 < 김노금의 의정단상> 이라는 고정란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세상이야기를 수필처럼 쓰던 사오년 전과는 달라야 했다. 짧은 생각이나마 의정활동 전반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랐다. 그러나 “김의원 이번 글 참말로 잘 읽었구만...” 하시면서 전화로 문자로 격려해주시는 지역민들과의 교감에 많은 행복감을 느꼈던 기간이었다.

그러다 다시 또 덜컥 작년 5월 또 다시 병이 재발이 되었고 지난번과 똑 같은 병원 생활을 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상황이 달라야 했다. 심각하게 글을 접을까말까 고민해야 했지만 이것은 지역민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조금도 아픈 티를 티면 안 되는 일이었다. 의정 생활에서도 절대 나태 할 수 없었다.

삼복염천에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이나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행사장에서 반듯하게 걸으려 애썼지만 자주 자주 꺾여 지던 무릎은 어찌할 수없이 나를 좌절케 했고 비통한 속울음을 삼키게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손끝 마디마디가 저려오는 상황에서 활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것이었고 병원에서 외출증을 받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글을 썼고 충실한 의정생활을 하려 노력했고 시정 질문을 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다시 완치 판정을 받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또 선출직 의원으로서 책임감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 말기암에 재발이라는 병마까지를 이겨내게 했음을 나는 믿는다.

<김노금의 역사동화 정도전과 나주> 와 함께 <김노금의 의정단상> 또한 한권의 책으로 묶고 보니 생각의 부족함과 논리의 정연하지 못함이 글의 곳곳에서 툭툭 불거져 나와 많이 부끄럽다. 그러나 이것을 다시 읽어 주실 지역민들께서는 오랜 세월을 그렇게 못난 사람을 지켜보시며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듯이 빙긋 웃으시며 어여삐 읽어 주실 줄 믿는다.

다시 한 번 이런 귀한 기회를 주신 나주투데이 이철웅 국장님께 감사드리며 오랜 세월을 오직 사랑으로 지켜봐주신 지역 어르신들과 독자들께 뜨거운 고마움과 감사를 전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