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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왜 필요한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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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호] 승인 2017.11.26  1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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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부정부패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정권차원의 부정·부패가 자행되어 왔다. 이런 부정부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공정한 특권구조로 고착화됐다. 우리는 이것을 적폐라고 부른다.

지난 9년 동안 권력은 사유화됐고, 국군은 ‘사병’(私兵)으로 전락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정원 특수 활동비는 박근혜와 그 수하들의 용돈으로 쓰였다. 많은 언론인과 문화 예술인들은 각하께서 불편해하신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거나 방송 출연을 금지 당했다. 힘 좀 있는 정치인들의 자제들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 꽂혔다. 돈도 실력이라며 돈 없는 부모를 원망하라는 정유라의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수많은 청년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이렇듯 지난 시절 대한민국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서민 경제는 파탄 났다. 청년들은 절망에 허덕이며 이 나라를 헬(Hell)이라 불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이 더 이상 이 나라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 할 의무가 있다.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다. 만연한 적폐로 인해 국가의 기본 기능이 파괴됐다. 국민들의 불신은 당연했다.

약 2500년 전 공자는 그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식량, 군사, 신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셋 중에서도 공자는 백성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즉, 백성의 신뢰 없이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전한 것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시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쿠야마는 “사회적으로 신뢰가 두텁게 형성돼 있을 때 국가의 경제적 번영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저(低)신뢰 사회에서는 불신(不信)에 따른 법규 등이 부가되고 이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질적인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았다. 정권 차원에서도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가장 큰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75%에 달하는 국민들 역시 적폐청산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즉, 적폐청산은 국민의 뜻이다.

적폐청산은 헌법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헌법은 한 나라의 정체성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30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130개의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권력자는 법률에 따라서 나라를 운영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법치주의 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동안 우리나라의 헌법은 철저히 유린됐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개인의 권력으로 착각했을 뿐만 아니라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여자와 공유하기까지 했다. 공화국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신을 공주로 착각하는 여인은 독재자 아버지의 유업을 포장하기 위해 역사 교과서마저 손을 댔다.

아무리 노력하고 실력을 키워도 ‘빽’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자유시장 경제를 지탱하는 공정한 경쟁은 사라진지 오래다.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서도 힘과 돈이 통했다. 답답한 마음에 거리에 나선 국민들을 법치라는 명목 겁을 주고 잡아갔다.

정부는 국민들과 싸우기 바빴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제일 좋은 정치는 백성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고, 그다음이 이익으로 백성을 유도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고, 아주 못한 게 형벌로 겁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백성과 다투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 9년간 최악의 정치를 경험했다. 민주주의의 미덕인 대화와 토론은 사라졌고 불도저식 명령과 집행만 난무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상처받은 헌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왜 잘못됐는지를 명명백백하게 가려내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겐 쓰라린 실패의 기억이 있다. 1948년 친일 민족반역자를 처단하려는 반민특위의 시도가 이승만 정권과 친일 부역 세력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이들 세력은 반공주의와 결탁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며 지배세력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철저한 청산 작업의 부재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했다. 잘못을 해도 힘이 있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기득권 세력의 믿음이다. 지금의 적폐청산은 이 잘못된 믿음을 깰 수 있는 첫걸음이다. 2천만 촛불이 만들어낸 소중한 기회다.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잘못하면 누구라도 단죄된다는 지극한 상식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적폐청산은 단 기간에 끝낼 이벤트성 쇼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쌓여온 폐단이 단 몇 개월의 검찰 수사로 해결될 거라고 믿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비단 문재인 정권만이 아닌 차기 정권과 차차기 정권에서도 이어가야 할 길고 지루한 싸움이다. 독일은 지금도 적폐와 치열한 전쟁 중이다. 독일만이 아니다. 프랑스 역시 과거 제 2차 세계대전에서 부역했던 자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지금도 하고 있다.

작년 독일에서 아우슈비츠 학살에 조력한 죄로 94세가 된 노인에게 5년 징역형을 내렸다. 강력하고 상징적인 조처다. 프랑스와 독일의 적폐청산 작업이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던 건 이를 처음 시작했던 정부와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게 촛불 혁명을 완수하고, 적폐청산을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보면서 자꾸 나주시가 오버랩 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14년 7월 강인규 시장 취임 이후 인사(승진인사, 신규채용 등)면 인사 공사면 공사 등 시정운영 전반에 적폐가 쌓이지 않은 곳이 없다. 구린내가 진동한다.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이 문재인정부로의 정권교체로부터 시작됐듯이 나주의 적폐청산도 나주권력의 교체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나주권력 교체 없이는 나주의 적폐청산은 요원하다. 나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나주적폐의 원흉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해야 한다. 보복이 아닌 지역사회 정의차원에서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앞에 나주도 절대 자유스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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