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줄로 열을 세우고 뒤를 돌아보게 한 5중대는 도망치지 못하게 주민들을 빙 둘러쌓다. 그리고 곧바로 권준옥 중대장은 주민들을 향해 사격 명령을 내렸다.

“놈들은 공산도배들이니 전부 사살하라.”
 
처음 사격이 가해졌을 때 1/3정도 밖에 죽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대한민국 만세, 나는 공산당이 아니요. 제발 살려주시요.”

여기저기서 울부짖으며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다시 사격이 가해지고 살아 남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맥없이 밭에 쓰러졌다.  

“내가 창틀로 내다보니까 군인들이 청장년들을 빙 둘러싸고는 6명을 불러내 무조건 총을 쏴 불데요. 그런데 뒷열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악을 쓰고 비명을 지르고 생지옥이 돼버렸지요.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 만세를 다 부릅디다. 그 속에서 아버님도 돌아가셨지요. 그놈들이 시체를 하나씩 뒤집어보면서 확인사살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동창교 난간에 기관총을 설치하더니 시체를 향해 수백 발을 쏘데요. 징헌 놈들이었지요.(정태균 증언)”

“군인들이 우리와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을 밭으로 끌고 올라가서 세 줄로 열을 세워놓고 뒤를 돌아보게 하더니 총으로 쏴서 죽였다. 묘가 있는 밭쪽에 세워놓고 반대편에서 쐈어.
안 죽으려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는데도 뒤에서 총으로 쏴버렸다.“(남영규)

▲ 조기영 씨

“다리 위에다 기관총을 거치해 놓고 갈겨대는 거야. 군인들은 M1소총으로 쏴대고.”(조기영)

다리 위에 기관총을 설치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자 불과 5분 만에 100여 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확인사살까지 마친 군인은 노인들을 불러내 시체를 한곳에 모으도록 하였다.
 
신북여관에 있던 유지들과 군경가족, 그리고 경찰들은 군인들의 만행을 지켜보면서 아연실색하였다.
 
마을에서 집단 양민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시각에 일부 대원들은 인근 산으로 투입되어 동창, 섬말 주변 산야에서 나무를 하거나 밭일을 하던 주민과 묏자리를 보러 왔던 노인 4명을 사살하였다. 오후 4-5시 사이에 학살을 저지른 5중대는 신북여관 앞에서 점심을 먹은 뒤 봉황학림으로 이동하였다.
 
100여 명이 넘는 주민이 집단 학살되고 30-40분이 지나자 함박눈이 내려 시신을 하얗게 덮쳤다. 오후 5시경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다음날 아침까지 쏟아져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동창에서 가마니 가게를 운영했던 강길만씨는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마니를 가져와 죽은 시신을 덮어 주었다.

세지에서 나락 정미소와 버스 여객 소장, 그리고 가마니를 판매했던 강씨는 지역 유지로 평판이 좋았다.

강씨는 봉황 학림으로 이동해 2차 학살을 자행하려 했던 5중대를 구국연맹회원들과 함께 설득해 다음날 영산포로 철수하도록 권유하기도 하였다.   

▲ 최중선 씨

“동창, 섬말 사람을 죽이고서 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하던 사람부터 시작해 묏자리를 보러 갔던 노인들, 그리고 들에서 농사준비를 하러갔던 사람들까지 이유를 막론하고 죽였다. 산에 있는 사람은 빨치산 연락병이라고 해서 다 죽였다.”(최중선, 참전경찰)

“동네에서 나이가 많으신 분이 자기 죽으면 묏자리 하나 잡아서 묘를 써달라고 당부해 이날 산에 묏자리를 잡으러 간 노인 네 분이 현장에서 죽었다. 그때 당시 산기슭이나 산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빨갱이 연락병이라고 하면서 전부 죽였다. 영암 금정 쪽에서 피난 나온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최선진, 구국연맹회원)

확인사살까지 해 밭으로 끌려온 사람들이 모두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극적으로 그날 저녁에 4명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김재기, 김재주, 김만오, 전홍복씨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전홍복씨와 김재기씨는 총알을 아예 한 방도 안 맞았으며, 김재주씨는 팔꿈치를, 김만오씨는 어깻죽지를 맞은 게 다였다.

어깨에 총알이 뚫고 나간 김만오씨는 물이 너무 마시고 싶어 고인 구정물 한 바가지 마시고 기어서 집에까지 갔다.

그 뒤 이사 간 김씨는 최근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전홍복 부인의 얘기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사건 후 10년이 지난 뒤 전씨는 세상을 떠났고, 부인은 세지면을 떠났다. 

“남편이 죽은 줄만 알고 사자 밥까지 지어 놓았는데 밤중에 피투성이가 돼 갔고 남편이 들어옵디다. 그래서 귀신인 줄 알고 정안수를 떠놓고 제발 남편의 눈을 편히 감게 해달라고 빌었는디 귀신이 아니고 남편입디다”

유족들은 무참히 학살당한 가족의 시신을 그날 찾아가지 못하고 국군이 영산포로 철수한 다음날 수습하였다. 군인이 무서워 다음날 시신을 거두지도 못하고 영산포로 피신 간 사람도 있었다.

“그날 저녁 눈이 많이 왔어요. 그 광경을 지켜보고 너무 무서워서 나는 식구들과 영산포까지 걸어서 피난을 갔다. 그런데 아들 형제가 죽었는데도 그 아버지는 살려고 도망을 갔어. 이처럼 유족들조차 무서워서 시신은 그대로 놔두고 그날 저녁을 넘기고 군인들이 간 뒤에 시신을 찾아갔다.”(남영규)
 
오후 5시경에 학림마을에 숙소를 마련한 5중대는 산봉우리에 박격포를 장치해 놓고 학림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9시경 영산포로 철수하였다.
 
봉황 학림에 본부를 정한 5중대는 동창 주민들로 하여금 천막으로 저녁밥을 가져오도록 했으며, 구국연맹회원들이 가져온 소를 잡아먹었다.

영산포로 철수하면서 5중대는 동창 주민들에게 “살고 싶으면 따라 나와라”강요해 동창마을이 텅 비다시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