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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아비샤이 마갈릿(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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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호] 승인 2017.11.26  1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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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에서 스노든까지…윤리적으로 본 배신의 속살

성경 속의 가롯 유다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그는 적들에게 예수를 팔아넘긴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베드로조차도 의리와 배신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기록된 배신자’들은 다양한 문헌 속에 숱하게 등장한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는 그 중에서도 선두그룹에 속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보듯이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 간통, 배반, 배교, 반역 등 배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다. 이스라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이 배신에 관하여 철학적으로 고찰한 인문서다. 유다의 배신부터 트로이의 목마, 드레퓌스 사건, 최근 있었던 스노든의 내부 고발, 그리고 배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외도까지….

   
 
우리는 일상에서 배신을 보고 듣고 읽고, 또 직접 겪기도 한다. 이 책은 간통과 반역, 배교, 변절 등 다양한 형태의 배신을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나아가 배신으로부터 손상되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의 인간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배신’이라는 광범위하고 모호할 수 있는 주제를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12사도 중 한 명인 유다의 배신 이야기부터 그리스군의 속임수가 돋보인 트로이의 목마, 16세기 가톨릭 탄압에 저항하며 ‘화약 음모 사건’을 일으킨 가이 포크스의 이야기, 19세기 말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 제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독일에 저항한 지도자와 부역한 지도자의 상반된 주장, 그리고 최근 미국 국가 안보국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대량 감시 프로그램 문서를 공개한 이야기 등 다양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과 제2장에서는 왜 배신을 다루는지, 무엇 때문에 배신을 철학적으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배신이라는 개념의 변화무쌍함과 배신행위의 모호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제3장과 제4장에서는 배신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부터 배신의 어떤 면이 가족, 친구, 공동체 등 두터운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는지를 거꾸로 추론해 나간다. 이와 관련한 사례로, 배신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간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간통이 그토록 고통스럽고 쓰라린 이유는 우리의 유일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통이란 네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알려 주는 가장 잔인한 방법인 것이다. 제5장에서는 반역을 다룬다. 간통이 개인적 배신의 전형적인 예라면, 반역은 정치적 배신의 대표적 사례다. 간통의 전형적인 형태가 배우자의 가장 친한 친구와 눈이 맞아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이라면, 반역은 적에게 도움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제6장과 제7장에서는 군사적 점령 하에서 일어나는 배신인 부역에 대해 논의한다.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는 프랑스 군인인 필리프 페탱의 경우나 오랫동안 동족(유대인)을 배신한 역사가로 알려진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사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 제8장에서는 종교적 배신에 대해 말하는데, 신에 대한 배신(우상 숭배)이 아닌 종교 공동체를 배신(배교)한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

제9장과 제10장에서는 저자가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할 때 우연히 만난 보수파 지지자와 나눈 대화나 선진국의 노동자 계급이 이민자를 대하는 방식과 관련한 일화 등을 소개하면서 계급에 대한 배신을 다룬다. 그리고 배신과 위선은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낳은 부산물인지 고민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과 저자의 생각 등을 밝힌다.

배신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입장은 결말부에 이르러 명확해진다. 그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배신은 인간관계에서의 투명성 결여에서 비롯되는 증상”이라고 말한다. 결국 배신은 “문명생활에 필요한 은폐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인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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