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써놓고 보니  제목이 꽤 그럴싸하다.  이번 2박3일의 연수는 곧 있을 한 달여간의 정례회 기간 중에 있게 될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한 각 분야의 시정 전반에 걸친 질의와 예산의 집행상황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들여다보고 예산의 낭비가 어떤 유형으로 낭비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가졌던 의원 연수였다.

다른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심도 있는 교육들이 우리 의원들의 안목과 시정 전반에 걸친 감사와 예산의 낭비를 어떤 방법으로 감시. 감사 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 적인 의식을 한층 높여주었던 연수였다. 

특별히 다른 연수와 차별이 되었던 부분은 대개가 짧은 교육시간 때문에 곧바로 사례중심이나 예산 등의 숫자와의 씨름으로 바로 들어갔던 이전의 교육과는 확연히 달랐다. 강사나 의원 모두 교육다운 교육을 한번 하고 우리 역시 의원으로서 지녀야할 여러 덕목부터 제대로 공부하자는 마음가짐이 함께하였다고나 할까?

처음엔 의원들 앞에서 꿈이니 희망이니 호기심 같은 것에 대한 근본을 이야기하는 강사가 조금은 낯설었다. 그러나 국제관계학 박사로서 유학파가 아니었음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을 맡았다던 그의 실력과 이력은 이내 우리를 그의 강의에 귀 기울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지방의원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이미 4년 후 재도전을 할 때에는 체급을 훨씬 높여 오산 시장에 도전 하였던 여성이라는 그의 만만치 않은 경력이 우리를 이미 압도하고 있었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의원들의 현주소를 짚어가는 강의는 우리에게 많은 지적 호기심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이런 정도의 강사가 국회의원의 꾀임(?)과 강력한 권유에 못 이겨 결국 비례대표로 지방의원에 나섰었다는 고백에는 묘한 친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상에 태어나 생각지도 않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제일 어려웠다던 부분은 의원으로서 공무원들의 말과 서류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일정부분 나 역시 공감이 되어서 웃었다. 공직자의 언어가 너무 권위적이어서 놀랬다고 했다.

명사와 명사를 조사 없이 이어가고 강한 부사를 써서 도무지 헤맸다는 부분에는 아직도 주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겸손함 대신 철밥통을 거머쥔 오만함의 극치라는 거였다. 특단, 대책, 강력조치, 반려견 목줄 미 착용시 과태료,, 등등 문서상에 있어서도 권위적이고 주민을 대함에 있어서는 더욱 고압적인 공직자들의 현주소를 읽을 때는 절망감이 몰려 왔다고 했다.

폐부를 찌르는 그의 말에 문득 4년짜리 짧은 선출직 공무원인 나 역시 강한 울림을 느꼈다. 나는....? 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인가를 수없이 물었지만 나 역시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의 그 모습, 초심, 주민들의 간절한 바램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그런 의원의 모습은 간데없었다.

이젠 그저 적당히 의원 신분을 즐기는 그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게 하는 강의였던 것이다. 나의 현주소를 보게 한 뒤 실무로 들어가서 행정이란 무엇이며 행정의 권한은 어디서 나오는가? 행정권한의 법정주의란 무엇인가? 

 위탁과 대행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최초위탁이나 재위탁이나 과연 의회 동의가 필요한가에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의원들은 집행부의 위탁과 대행에 눈에 불을 켜고 짚어야 한다는 교육에는 그동안 뿌옇게 보인 행정부분들이 비로소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그런 느낌이었다.

행정사무감사에 있어서는 법령과 조례가 필수이며 이것을 모르고는 결코 깊이 있는 행정감사는 있을 수 없다라며 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과연 그 말에는 백번 공감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한 번의 행정감사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공부로 나 스스로와 주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리라 다짐하는 순간 이었다.

타 시,도의 사례를 들어 감사에 대한 신 구 조문을 대비하여 의회가 조문 하나하나 문구하나를 왜 짚어야 하는지에 대해 절절한 가슴으로 외치던 강사의 말 중에 지금도 잊혀 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실제 타 시 군에서 있었던 일인데 구 조례에는 "~~매년 1년 이상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는 문항을 신 조례에서는 "~~위탁사무에 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살짝 바꾸었는데 이는 필요가 없다고 20년 동안이나 감사를 안 하는 근거가 되어버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싹을 키웠다라고 했다.

이런 부분을 집행부에 ‘강간당했다’라고 표현한다는 간곡하고도 가슴에 와 닿는 강의는 너무나 적나라한 표현 때문에 오히려 머리에 가슴에 쏙쏙 들어와 꽃였다. 그리고 "~~공개모집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의 위탁할 수 있다"라는 표현의 타 지자체를 예로 들면서 결코 이런 법은 없다라고 단언 했다. 또한 "~~우선하여 선정 할 수 있다"라는 조문 앞에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의심을 하라고 조언했다.

6개월여 남은 그동안의 나의 의정활동을 뒤돌아보니 최선은 다 했으되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실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해 그동안의 부족함을 매꾸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크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달래가며 빨간 펜을 그어가면서 다시 한 번 행정사무감사자료를 뒤적이며 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