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하피첩*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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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호] 승인 2017.11.19  15: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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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에서 길어온 찻물이 달아
방안 가득 슬픔이 끓어올랐다
마음 붉은 하피는 붉디붉게 타오르고
어두워진 만덕산은 사금 든 노을을 폈다
노랑턱맷새 목울대에 일렁이던 
보일 듯 말 듯 수줍던 화촉불도 스러져
무릎 꿇고 쓸어보는 다섯 폭 스란치마
족두리 쓴 연지 같은
노을에 흐느끼는 시간이 서책처럼 쌓였다

사내는 눈물 대신 먹물을 풀었다
한 획 한 획 먹물보다 더 캄캄한
눈물을 노을이 마셨다

병풍바위에 매화꽃은 피어 새를 부르고
사내는 호랑가시나무 붉은 열매에 찔려
한 장 한 장 핏줄에게로 빨려들었다
붓길 사무친 자리마다 핏방울
방울방울 맺혀
노을은 핏빛으로 성큼성큼 되돌아갔다.

하피첩: 정약용의 강진 귀양시절에 부인이 보내준 하피
       (신부가 예복으로 입는 붉은 활옷)로 만든 소책자
      자식들을 향한 애정과 당부가 담겨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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