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단 하루인들 우리가 인간관계와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서 소홀 할 수가 있을까싶다. 나 역시 이제야 사람이 아주 조금씩 나아져가도 있는 것인지 상대를 바라보는 차원이 내 중심에서 벗어나 상대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는 경우가 많아져간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자기 고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리고 자식마저 찾지 않는 늙은이로 고독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보고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아! 무언가 의식의 대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나 역시 편협하고 고집 센 그런 늙은이로 늙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은 그 후로 나의 일거수일투족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런 자세의 사람으로 바뀌려 노력하는 중이다.

오죽하면 나주시에서 조차 소통이라는 것을 행정을 하는 부서로 갔다 넣었을까? 얼마만큼의 관과 시민들 사이에 소통의 묘를 거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만큼 소통이라는 것이 현대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월 24일 화요일 오후2시 혁신도시 한국콘텐츠진흥원 빛가람 홀에서 국립 나주병원이 주최한 관계와 소통의 심리학 “표현해야 사랑이다” 라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요즘 10월 막바지는 온갖 문화행사가 시간대별로 이중 삼중으로 열려지고 있어서 내심으로는 얼른 갔다가 도중에 나오리라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워낙 강하게 가슴에 내리 꽃이는 강의 내용 때문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커녕 나는 이미 점점 몰두하고 있었다. 늘 듣는 말이어서 조금도 새롭지 않는 말 “사람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상호성의 원리라고 한다” 아하! 그런 그 지긋지긋한 감정이 상호성의 원리였구나 하며 강의에 빠져 드는데 이번에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하는 거였다.

“그대의 과거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현재의 처지를 잘 살펴보라... 아이들은 나를  안 좋아 하는 것 같고 회사에 나가면 상사나 동료도 날 안 좋아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그들에게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라이 라마의 말씀 “그대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을 면밀히 관찰하라. 나이가 들어 자식들이 나와 함께 밥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즐거운 식사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고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 그냥 마음속에만 담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음은 생각처럼 중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말 종은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웃과 가족과 거리를 두고 지낸다는 것을 배웠다.

그날 배운 것 중에 최고로 칠 수 있는 내용은 사랑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절대 그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연습해야하는 기술이며 동시에 예술이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노력해야 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모만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선의를 가진 부모도 아이들을 얼마든지 꾸짖고 비난하고 무시하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든 부모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부분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최고의 유산은 과연 무엇일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재산?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지혜? 근면  성실한 생활태도? 모두 좋지만 그보다 강의자인 이민규 교수의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부드러운 접촉, 따뜻한 기억, 즐거운 추억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자녀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많지 않은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아빠들은 식사시간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면서 뭔가를 가르치거나 지적하려든다. 이 부분은 남편보다 내가 훨씬 심한 편이었고 솔직히 고백하면 요즘도 조금은 그러한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선의로 시작해도 훈계로 일관하는 식탁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말에 백번 공감하고 동의한다. 자칭 자식교육에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어미의 듣기 싫은 말로 인해 밥맛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표현되지 않은 선의는 선의가 아니라는 말, 자신의 마음과 말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에는 힘이 있었다. 아무리 다정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슴속에 가득 담아두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건 선물을 사서 예쁘게 포장까지 해놓고 상대방에게 건네주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구나...그렇구나...,

마침 강의 말미에 3분이라는 시간을 줄 테니 누구에겐가 문자를 한번 보내보라는 거였다. 주저함 없이 아들에게 “내사랑하는 아들, 교육받느라 애쓰지?  언제나 자랑스러운 내 아들.....” “사랑하는 내 딸. 얼마나 요즘 힘드니? 그러나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고 자랑스럽구나....”평소에는 용건만 간단이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았나보다. 보내온 문자에는 오히려 엄마 칭찬이 만리장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일은 꼭 적어야겠다. 행사 말미에 인사를 다시 드려야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날은 꼭 인사드릴 분에게 인사가 빠져버렸다.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고 했지” 전화를 들어 인사드리지 못한 상황을 말씀드라고 용서를 구하니 기분이 그리 나쁘시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 교육은 교육이 끝남과 동시에 평소 같으면 생각지 못할 대단한 일들을 끝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