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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 :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 홍승희(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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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승인 2017.10.29  1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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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요, 더 음란하게 더 관능적으로

그림 그리고 글 쓰는 페미니스트 홍승희 작가의 첫 책이 나왔다. 섹스, 성폭력, ‘임신중절’(임신중단), 성노동, 데이트 폭력/강간, 비혼, 비출산 등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날것의 치열한 언어로 기록된 《붉은 선》이다. 책 제목은 저 모든 것이 여자가 밟으면 안 되는 붉은 선, 금기라는 점을 직시한다.

그러나 “사실은 누군가가 멋대로 쳐놓은 허술한 실타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일깨운다. 지은이의 작품인 표지그림(‘붉은 선 위의 비체’)에서 붉은 선은 응어리진 생리혈처럼 힘없이 구불구불하다. 책엔 작가의 그림 29점도 실렸다.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고 흐물흐물한 것들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홍승희는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젊은 예술가다. 한겨레에 오피니언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오마이뉴스에 여자교도소 르포를 썼다.

작업실을 겸하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강아지 커리와 바닷가에 나가서 뛰어놀고, 가끔은 거리로 나가 예술행동을 한다. 일대일 독점연애에서 벗어나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꿈꾸는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비혼주의자인 그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비혼예술퀴어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붉은 선》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붉은 선》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다. 임신중절 경험에 대한 증언을 시작으로, 데이트 폭력, 데이트 강간, 첫 경험, 첫 자위, 첫 오르가슴, 성폭력, 성추행, 성노동, 폴리아모리, 비혼, 비출산 등 사적인 것으로 탈락되어온 이야기를 쓰고 또 썼다.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보이는 경험이 발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붉은 선’을 인식하게 해주고, 이를 넘어설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붉은 선’은 사회가, 그리고 우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억압·낙인이자 임신테스트기의 붉은 선 두 줄이다. 임신중절수술 후 잠수를 타버린 애인, 그녀의 과거를 까발리겠다고 협박하는 전 애인…. 그녀는 그녀를 억압하는 붉은 선 앞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그동안 참아왔던 ‘몸’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성인 저자가 임신중절수술부터 성노동 경험까지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것은 붉은 선을 넘는 일이었다. 그녀의 글은 투쟁적이고 뾰족하다. 다른 한편 거기서는 차분하고 내재된 슬픔이 묻어난다. 이는 스스로를 독방에 가둬야 했던, 그 어두웠던 창고에서 나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그녀와 같은 일을 겪고 있을 10대들에게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언니와 같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계속해서 같이 나아갈 힘을 주는, 모든 ‘엄마들’에게는 여성으로서 지나온 섹슈얼리티를 돌아보게 하고 ‘막’ 살기를 응원하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지은이는 임신중절 수술을 한 뒤 부모 뒤에 숨어서 성노동 경험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전 애인, 섹스 중 허락도 없이 콘돔을 빼는 남자, 성노동을 하면서 만난 남자들의 유형, 애인의 애인까지 존중하는 비독점적 다자연애 등을 서슴없이 밝힌다.

이런 얘기를 불편해하는 시선이 있을 것이다. ‘뭘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실 대부분의 여자는 말 안 해도 안다. 나와 같을 당신이 “독방”에 갇히지 않길 바라니까. 지은이 역시 “분노와 허무, 열정을 나누는 친구들”이 용기가 된다고 했다.   

이 책은 성 역할극을 폭로하는 여성의 목소리다. 남성은 폭력과 지배, 여성은 의존과 순종을 연기하는 섹슈얼리티 역할극. 삽입 위주의 페니스 중심 섹스, 대부분 여자의 문제가 돼버리는 피임과 임신중단, 이성애에 기반을 둔 일대일 연애와 결혼, 침대에선 요구받고 광장에선 혐오 받는 여성성에 대한 이중 잣대 등 성 역할극의 허구를 직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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