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매주 똑같은 지면을 통해 독자를 만나야 하는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늘 이번 주는 무슨 내용으로 독자들을 만나 뵈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은 사건과 행사들의 이야기보다도 긴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뒷날 10월 10일(화)~ 10월 11일(수) 양일간에 걸쳐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가졌던 1박 2일간의 여성 지방의원 협의회 워크숍에 다녀온 일들에 대한 보고를 드리려 한다.

그 일이 나주시 여성 비례대표라는 선출직 공직자의 길로 밀어주신 지역민들께 의원으로서 드려야하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는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촛불혁명이 시작되었고 지난 5월 그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 낸 그 저변에 깔린 국민들이 흘려주신 땀과 노력, 뜨거운 열망에 대해 여성의원인 우리가 과연 어떤 자세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 , 그리고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힘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재조명하는 그런 워크숍이었다.

국가적으로 북핵으로 인해 민생과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이런 불안정한 시대에는 포용력이 뛰어난 모성의 따뜻한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그런 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더 활발해지고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외교부, 국토부 최초의 여성장관의 기록을 세웠고 여성입각비율 또 한 이전 정권보다 훨씬 높인 것이 사실이다. 또 한 더불어 민주당 역시 50%에 가까운 여성지도부 구성으로 여성의 대표성과 그 역할을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참여 확대는 누가 뭐래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다.

우리와는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미혼모가 대통령이 되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인으로 인정받는 여성이라면 미혼모 국회의원조차도 당당히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의사당에 들어서는 일들이 조금도 흉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내각이나 더불어 민주당의 여성지도부 구성에 있어서도 여성의 사회참여는 이런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지방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의 정치참여가 미약한 것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일까?

나주만 해도 아직까지 여성 선출직 공직자는 전무하다. 실력이 갖춰진 여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성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했던 지역사회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남성위주의 정치인 보다 오히려 섬세하고 따뜻한 그리고 청렴하고 사심 없는 여성 정치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과감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사실 시골이라고는 하나 전남만 해도 다른 지자체는 비례대표로 시작해서 이미 2선 3선의 여성의원들이 선출직의원으로서 지방의회의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에서 당당하게 일하고 있다. 그들 모두 조금의 잡음도 일으키지 않고 남성위주의 의회분위기를 일신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그리고 따뜻하고 섬세한 의정활동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보면 무한히 부럽다.

워크숍 내내 “여성정치참여확대 위원회”를 설치하여 여성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공유하고 상호교류협력을 도모하라는 의견들과 2019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필승전략과 여성정치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한 모색들로 워크숍 분위기는 내내 뜨거웠다. 김두관, 이재명, 안희정, 추미애, 송영길, 유승희, 최재성, 우원식 같은 쟁쟁한 분들이 오셔서 격려해주셨다는 사실이 촌에 사는 내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고 힘이 되었다.

다음날은 청와대 방문으로 이어졌다. 여성의원들에게 있어서는 특히 우리 전남 여성의원들에게 있어서 청와대는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각별함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대선 초반 호남홀대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지도가 꿈쩍도 않을 때였다. 너무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새벽부터 논밭으로 흩어져 유권자를 만났고 경로당으로 노인정으로 달려 나갔던 기억들을 어찌 잊을까?

문재인과 더불어 민주당의 기호 1번을 알리기 위해 천 번도 더 넘었을 엄지척을 하면서 발바닥 아프게 달렸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김정숙 여사께서는 호남지역의 시골 면단위까지 샅샅이 어른들을 찾아뵈었고 대선 후보자의 아내로서 이전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헌신과 수고로 결국에는 호남에서의 압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북핵이니 사드배치니 코리아패싱이니 하는 상황에서도 기대이상의 국민적지지에 열불이 난 상대당들의 치졸한 언어유희에 이젠 영부인의 옷차림까지를 입에 담던 때라 영빈관에 나타난 김정숙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의 최대관심사였다.

후보시절에 봐왔던 그 시절 그 패턴과 색상의 옷차림으로 담담히 그러나 현 시국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영부인의 애로가 만만치 않은지 간간히 목이 메이는 청와대이야기에 어떤 이는 눈물을 찍어내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훌쩍거리기조차 했다.

솔직히 이전에 몇 분의 영부인들을 청와대서 만났던 적이 있던 나로서는 이번 영빈관에 나타나실 김정숙 여사께서도 당연히 한복을 끌며 올린머리를 하고 나타나실 줄 알았다.

청와대 식사라면 저들이 주로 드셨다던 송로버섯에 샥스핀요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는 고기 한 점 없는 비빔밥에도 만족해했고 찻잔이 선물이라는 말에 철없는 어느 의원이 “시계주세요”라고 했지만 “괜찮아요”를 합창할 정도로 어려운 살림에 공감하고 뜨겁게 서로를 응원 했다.

1박 2일의 워크숍에서 만난 이들과의 교류 그리고 거기서 흘린 땀과 눈물이 이 시간 나를 조금씩 더 자라고 성숙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