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창 전 고구려대학교수

“아 가을인가 물동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숙이지, 둥근달이 고요히 窓을 비치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봐.”라고 나운영(1922년~1993년)은 노래했다. 나이를 들어가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우리나라의 24절기가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 맞는 거냐고 탄성을 자아낸다. 이때쯤이면 밥자리, 술자리, 찻집, 그리고 담소자리 등에 모여 앉으면 첫 인사말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필자는 세 작품이 떠오른다. 민원태 작가의 ‘청춘예찬’, 이양하 작가의 ‘신록예찬’, 이육사 시인의 ‘광야’ 등이다. 이들의 글과 시를 보면 생명의 꿈틀거림과 청년의 의지를 표현하는 최상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글의 아름다움과 그 표현력에 매료되어 이런 작품 하나 써봤으면 하지만 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써보리란 다짐은 아직 놓지 않았다.

민원태의청춘예찬.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얼음에 쌓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기뻐하고 즐거워함)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세력이나 살림이 줄어들어 보잘것없이 됨)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울긋불긋한 여러 가지 꽃의 빛깔)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석가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수레를 타고 돌아다님)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어떤 일을 주의하여 봄)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微妙)한 교향악(交響樂)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다.(축약)

청년에게 수당을 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시장에 대해서 박근혜정부가 방해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현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였지만 나쁜 짓을 한 것이다. 청춘들에게 수당을 줘야하는 이유는 청춘들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힘을 잃으면 지역과 국가는 힘을 잃는 것이고 미래를 예약할 수 없다. 특히 산업화가 첨단으로 진행되면서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장담을 하지만 하늘의 별따기요, 나무에서 고기 잡기나 만찬가지다. 정직한 방법으로  청년을  설득하고 위로해야한다.

청춘들의 심장이 고동치고, 피가 끓으며, 그리고 이상을 품을 수 있도록 봄바람을 불어 넣어야 한다. 석가, 예수, 그리고 공자처럼 설산(雪山)에서 고행하고, 광야에서 방황하며, 천하를 철환(轍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늦기 전에 청년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목 놓아 청춘을 노래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