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소설 표해록
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 - 2. 제주 조천관(朝天館)(9)임금이 한번도 찾지 않았던 땅, 제주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44호] 승인 2007.01.19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조천관의 성벽을 싼 돌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돌이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현무암 돌로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삼면은 단단한 돌로 쌓고 바다로 향한 쪽만 터진 모습이다.

성안에는 조천관과 주방 그리고 마구간이 있었다. 뒤쪽에는 군기고가 있고 성(城)의 앞쪽에 연북정(戀北亭)이 우람한 자세로 버티고 있다.

바닷물소리가 시작하는 곳에 연북정이 자리한 샘이다. 바다를 가르며 이곳에 온 최부는 조천에 이르러 첫음절의 파도소리가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길목에는 옛 목민관들의 이름이 새겨진 돌비석들이 소리 없이 지나간 세월을 지켜오며 말없이 서있다.

제주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연북정은 이곳에 부임해온 목민관이나 유배되어온 사람들이 한양에서의 기쁜 소식을 학수고대하며 임금의 은혜가 있기를 그리워하는 집이 바로 연북정이다.

군신간의 윤리로 임금을 그리워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척박한 섬에서 풀려나 한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임금의 너그러운 배품을 기다리려야 한다.

반가운 소식이 오는 쪽은 임금님이 계시는 북쪽이다. 온 몸을 던져 사모하며 모실 대상이 임금이 아니던가!

그리운 임금에는 인간의 쓸쓸한 삶이 배어있다. 우리의 역사에서 제주도를 찾아온 임금은 한번도 없었다.

허름하고 흉측한 오지의 땅, 지배자는 제주도를 그렇게 보아왔다. 폐기처분 해야할 쓸모가 없어진 신하들을 내칠 때 '너 죽어라.' 라고 보낸 곳이 제주였던 것이다.

파도소리가 싱싱하게 살아 들려온다. 신비한 하늘의 아침에 최부는 가슴깊이 제주의 상큼한 바다공기를 들이 마셔본다.

사실인즉 제주도는 유배당한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저주의 땅이었다. 그냥 멀리 북쪽을 향해 나라님을 그리며 자신의 죄가 사해지고 한양으로 다시 돌아가기만을 그리며 한(恨)을 삭이던 곳이 제주였던 것이다.

최부는 꿈과 희망을 펼치며 자신의 소신을 마음껏 발휘해 성종의 명을 받들어야 한다. 그리워지는 시간들을 버리고 임금의 눈에 들어야 한다. 연북정은 쓸쓸한 바다를 지키며 북쪽을 향해 그리움을 삭이며 서있는 것이다.

조천의 해변은 투명한 바닷물로 짙은 흑색이다. 바다의 여기저기가 온통 검은빛으로 보인다.

시커먼 용암바위들이 송송 구멍이 뚫린 채 춤추는 파도처럼 자유로운 해안선을 울퉁불퉁 들락거리며 굽어지게 만들었다.

오히려 심한 요철이 해안선을 멋있게 지켜준다. 찬바람 속에 가끔 햇빛이 비추고 해안선과 만나는 파도는 하얀 분가루처럼 물보라를 높은 하늘로 뿜어 날린다.
하늘의 아침이 열리는 조천(朝天)!

바다 길을 열어주는 아주 특별한 곳, 조천

오늘날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어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곳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한양에서 빈총 맞고 비실거리는 자들이 모여든 곳이었으며, 유배당한 자들이 묶인 사슬이 풀리기만을 기다리는 인내의 섬이기도 했다.

화사한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곳이 제주도이며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객들이 몰려와 꽃단장한 이들이 넘쳐나는 곳이 제주다.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자들이 재기의 용트림을 위해 힘을 비축해 오던 곳이기도 하지만 꿈과 이상을 위해 낭만이 넘실대는 곳이 제주 땅인 것이다.

이른 아침 최부 일행은 조천 성을 한바퀴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제주도의 근무를 출발하기로 했다. 조천진성은 둘레가 428자, 높이가 9자나 된다.

촘촘히 쌓은 성은 성벽의 끝점을 처마처럼 나오게 해서 성벽을 넘어와 타고 올라서서 침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견고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밧줄을 매단 쇠갈고리를 던져 줄을 잡아당기면서 침입하는 것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바다 쪽은 터졌지만 바닷물 속을 경유해서 들어온다는 것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안심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가 너울대며 춤을 춘다. 사방이 터진 제주에서 바람은 어찌나 매서운지 콧날을 베어낸 듯 코끝이 맵다. 최부를 중심으로 정보와 김중이 앞에 서고 나머지 4사람이 뒤를 따르며 걸었다.

성을 따라 천천히 걸었는데 북쪽 성벽이 있는 곳에서는 찬바람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뜰 수도 없었다.

허리를 굽히며 웅크려야만 했다. 정면에서 부는 매운 칼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뒤로 돌려 거꾸로 걷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목을 길게 빼고 내려다보자 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천성은 바다 속에서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했다.

그런데다 바다 앞에는 활처럼 굽어진 방파제를 쌓았으니 천혜의 요새라 하겠다. 제주를 다니는 배가 드나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섬의 전략적인 요충지인 것이다.

조천은 오늘날의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조천 마을에 이른다. 작고 아담한 포구, 갈매기가 주인인 이곳이 조천인 것이다. 섬사람들에게 포구는 늘 그리움과 애틋한 정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구를 말 할 때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나는 어선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조천 포구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남아있는 곳이다. 조천관은 제주도에 있는 유일한 포구로 조공 수출입 항구였던 것이다.

육지에는 인천관과 부산관이 있었고 제주의 조천관이 이 지역을 관장해왔다.

섬과 뭍을 연결해주는 곳, 한과 절망을 접어놓고 희망을 기다리게 해주는 곳, 나라님을 향한 소망이 절절이 묻어있는 곳, 육지로 나아가는 바다 길을 열어주는 아주 특별한 곳이 조천이었던 것이다.

신광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민주당 공천=당선’, 언제까지
2
강인규, 김병주 무소속 나주시장 후보 단일화 전격 선언
3
[독자기고] 전라도인에게 민주당은 무엇일까요?
4
‘강인규 나주시장 후보 진심선대위’ 입장문 발표
5
6·1 나주 지방선거 후보자 40명 등록
6
민주당 윤병태·무소속 김도연 ‘사실상 단일화’
7
상식을 바로 세우는 지역정치를 만나고 싶다
8
김선용 도의원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
9
강인규 나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10
민주당 지역위원회 위상 급속히 추락 기미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예향로 3803 (이창동) 2층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