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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에 바닷길이 열리게 하라
김노금  |  kng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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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호] 승인 2017.08.05  21: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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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금 나주시의원
잘 아는 지인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영산강의 황포돛배를 탔는데 “강물은 탁하고 꾸정 했어도 그런대로 좋았다”라는 말을 해왔다. “에구, 영산강이니까 봐줘...”라는 나의 에두름에 자녀들과 손주들까지 내륙에서 돛배를 타는 흔치 않는 경험이 맑은 강물이 아니었어도 나름 괜찮았다는 것이다.

“아이구, 영산강을 구경할 때는 다른 간식을 먹을 일이 아니고 홍어를 먹어야 쓴디...”하며 함께 홍어장사를 곁들였는데 “그렇잖아도 막걸리에 홍어를 준비해서 강 구경을 하면서 먹었다”는 말을 들으며 내심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영산강을 떠 올릴 때면 오지랖이 넓은 건지 샘이 많아서인지 모르나 왜 꼭 남의 동네에 있는 섬진강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그저 묵묵히 흐르고만 있는 황토 빛 영산강을 속 정 깊은 남정네에 비유한다면 삼단 같은 매끄러운 여인의 머릿결같이 흐르는 곱고도 어여쁜 여성스런 강이 섬진강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천년이 훨씬 넘는 오랜 역사를 이어오면서 수많은 사연과 많은 사람들을 그 너른 품에 안고 오늘에 이른 구릿빛 나는 영산강을 바라볼 때면 참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산강에 기대어 역사를 이뤄온 나주를 이천년 전의 잠에서 깨워야 할 마한의 역사라고 하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한 의미와 평가가 반드시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우리 나주인 들에게 익숙한 역사는 천 년 전의 고려 건국부터가 더 가깝고 이무럽게 느껴진다고들 하는 것에 공감하는 것 같다. 그랬을 것이다. 나말여초 해상 왕 장보고가 완도의 청해진과 나주의 회진항을 무역의 전진기지로 삼았을 것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연 대 보다 조금 뒤(장보고는 846년 사망, 왕건은 877년 출생) 왕건이 나주를 고려 건국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부분과 또 나주여인 장화왕후와의 완사천의 로맨스, 그리고 고려 2대왕 혜종을 배출한 어향이라는 사실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 모든 일들이 생명의 땅 영산강변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공감 한다.

역사는 회오리치며 흐르고 또 돌아 흐르는 것, 어찌 자랑스럽고 뿌듯한 역사만 있었겠는가? 일제 강점기 때에는 영산포구가 수탈의 현장이었다는 사실도 엄연하건만 기억하고 가슴에 되새기면서 후대에 교훈으로 남겨야할 역사의 흔적들이 점점 잊혀 져 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섬진강에서처럼 다슬기 잡이도 한번 못해보고 맑은 물가에 앉아 발 한번 담궈 보지도 못하는 영산강에 대해 이리도 가슴 묵직해지는 깊고도 애틋한 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오래전 그런 영산강에 황포돛배가 띄워지고 찾는 이들이 늘어간다고 할 때는 왜 그리 가슴이 뛰었는지 모르겠다.

최소한 영산강에 배를 띄우게 되었다는 그 일이 신호탄이 되어 간당간당 숨 넘어 갈 듯한 영산포의 상권도 당연히 조금씩 되살아나 반드시 흥성거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여세를 몰아 영산포 구도심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오랜 갈증도 해소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도시를 재생하고자하는 그런 주민들의 열망에 비해 너무 더딘 오늘의 영산포를 보면서 영산포에 거주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때로는 막막한 심정이 드는데 거기서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은 얼마나 답답하실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영산강에 기대어 살아온 영산포가 옛날의 영화를 되찾기 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볼 때 행정에서도 딱히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여 더욱 답답하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민들이 이제 비로소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일에 마음을 같이 하는 움직임이 뜨겁다는 부분이다. 의식이 살아있고 뜻있는 주민들의 땀과 노력, 그 몸부림이 계속 되는 한 그 열기는 반드시 영산포 지역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강이 살아야 우리 모든 삶에 관한 것들 즉 지역경제도 건강도 인심 같은 이 모든 것들이 되살아난다고 확신 한다. 많은 이들이 영산강 하구가 인위적으로 폐쇄되면서 점차 수질이 악화 되었다고들 한다.

강물을 되살리려면 강물과 바닷물이 통하는 바닷길을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모두의 공통된 견해이다. 시기적으로 어쩌면 지금이 수질과 생태 환경을 살리는 영산강 복원의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

“하구둑으로 막아버린 영산강을 터줘도 모자랄 판에 뭔 지랄을 한다고 승촌보로 죽산보로 다시 막아버렸으니 고인물이 당연히 썩제, 썩지 않고 견딜 재간이 있냐”며 썩은 물로 농사를 어찌 짓냐며 울분을 터트리던 팔십 넘으신 어르신의 말씀이 귓가에 쟁쟁하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여섯 개 보의 상시개방에 대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4대강 물관리 공약이 있어 영산강 복원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영산강이 살아나면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 백성들이 삶도 살아날 수 있을까? 영산강에 바닷길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요즘은 영산강다리를 건널 때 마다 혼자 되 뇌이며 기도하는 심정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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