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 나주시의원

보랏빛 도라지꽃의 계절이다. 꽃봉오리가 봉긋한 하얀색과 보라색 한 두 송이 도라지꽃을 따다 사무실 꽃병에 꽃아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 전 뜻하지 않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는 분 사무실에서 ‘꽃차소믈리에’라는 분을 만났는데 거기에서 나도 꽃을 참 좋아한다는 것과 꼭 꽃차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헤어졌고 잊은 지 오래되었는데 고맙게도 전화를 주신 것이다.

“오늘 열시에 도라지꽃으로 차와 음료를 만들어요. 시간 되시면 오세요.” 그러고는 끊으셨지만 전화를 받고 나는 잠시 빈틈없는 하루의 스케줄에 망설여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은 일순위다 싶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시간 맞춰 그곳을 향해 차를 달렸다.

마침 그 선생님께 꽃차를 배워 광주에서 작은 꽃차 카페를 창업했다는 제자도 그 자리에 함께해서 젊은이들의 꽃차 문화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금계국 말린꽃을 우려낸 그 황금빛 아름다운 빛깔과 향은 연꽃차와 매화꽃차 정도밖에 접해보지 않아 꽃빛깔에 관한한 아직 문외한인 내겐 또 다른 세계였다. 연이어 나오는 여러 음료와 차들로 처음 느끼는 신기함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맛과 빛깔의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하루 종일 꽃차의 향과 빛깔로 행복했는데 사무실에 돌아와 TV를 켜니 온통 괴물로 변한 10대들의 이야기들로 뜨거웠다. 성폭력, 성매매 등은 차라리 고전이었다. 어린아이를 유괴해 죽여 놓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10대 소녀의 이야기도 그렇고, 부모들끼리도 잘 아는 사이임에도 또래 친구를 집단으로 폭행하고 또 가장 안전해야할 집에까지 가서 담뱃불로 지지고 성적으로 괴롭히는 등의 이야기는 그 또래들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린 학생을 엘리베이터에서 칼로 위협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 모두가 10대라는 점에 참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하루였다. 무엇이 우리의 아이들을 저렇게 만들어 버렸을까? 공부와 입시의 중압감에...? 아니면 하루 온종일을 게임에 빠져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돈할 수밖에 없는 저들의 현재 상황이...? 깨어져 버린 부모들에 대한 신뢰감...? 기성세대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 등 요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어쩌면 저 아이들을 오늘에 이르게 한 책임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든 어른들 모두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생각 한다.

얼마 전 일선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 등의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자의적 타의적 이유로 정규학교를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교육부는  학교 밖의 청소년들의 유형을 학업형, 무업형, 비행형, 은둔형, 직업형으로 분류하며 전국적으로 28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음주 64.3%, 흡연 55.3%, 자살생각  28.0% 등의 비행 경험과 성폭행 및 성매매, 본드 흡입 등의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범죄율은 23.8%로 재학생 범죄율 0.7%의 34배에 달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러한 청소년 범죄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 한다. 핸드폰 안에 세상의 웬만한 정보와 지식이 다 들어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창의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획일적인 외우기식의 공부가 과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까? ‘아니다’라고 강하게 고개를 저어 본다. 문득 아침에 만났던 꽃차카페를 열었다는 이의 얼굴이 떠오른 건 왜일까?

그이도 어렵게 광주에서 고교졸업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유학하여 대학 마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이제 고향에 내려와 비로소 꽃차를 만나 생활인으로서 조금의 여유를 가졌다고 고백했다. 다만 좀 더 빨리 시작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그 말속에 여러 가지 뜻이 포함이 되었을 터, 문득 우리의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본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학생들의 사고를 획일화 시키는 일제고사도 없애겠다는 발표를 했다.

당연히 달달 외우는 것만이 능사이고 내 새끼가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한다는 부모들과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부모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그러나 나는 공부가 너무 짐이 되면 안 되며 아이들 때부터 조금은 행복해져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공부는 정말이지 공부가 즐겁고 그 공부에 자신의 인생을 걸겠다는 아이들의 몫이어야 한다. 생활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로교육은 10대인 중학교 때부터 해도 조금도 이르지 않다. 우리들 평범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빵도 굽고 목공제작도 하고 요리도 배웠으면 한다.

그리고 이른 아침 도라지꽃을 따서 향기롭고 빛깔 좋은 차도 만들며 젊고 어리지만 생활인으로서 당당하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교육의 본질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을 만드는데 있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