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창 전 고구려대교수

소규모 영세 축산농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기 축산은 사업적으로 시작하지 않고 노동력과 부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법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축산의 규모가 늘어나고 전업화 되면서 무절제한 건축과 환경오염이 야기되자 법을 제정하고 규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축산 농가들은 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축산을 시작했기 때문에 법의 적용을 받으라는 행정당국의 요구를 무시했고, 행정당국 또한 축산업이 사업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법의 적용을 소홀히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농축산부는 2016년 10월 18일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규모에 따라 차등으로 적용하여 2024년까지 3단계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18년 3월 24일까지 1단계로 적법화를 완료해야 하는 대상 대규모 농가는 전국적으로 2만 384호로 사육규모는 소의 경우 500㎡ 이상(71마리), 돼지 600㎡ 이상(760마리), 닭·오리 1000㎡ 이상(2만마리)이다.

오는 2019년 3월 24일까지 2단계로 적법화를 완료해야 하는 대상 중규모 농가는 전국적으로 4,312호로 사육규모는 소의 경우 400㎡이상(57마리)~500㎡까지(71마리), 돼지 400㎡(506마리)~600㎡까지(760마리), 닭·오리는 600㎡(1만 2000마리)~1000㎡(2만 마리)이상이다.

오는 2024년 3월 24일까지 3단계로 적법화를 완료해야 하는 소규모농가는 전국적으로 2만 384호로 사육규모는 소·돼지경우 400㎡ 미만(57마리/506마리), 닭·오리 600㎡ 미만(1만 2000마리) 등 이다. 나주시의 경우 2024년까지 적법화를 추진해야할 농가는 568농가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2015년 기준 축산자급율은 전체적으로는 70.8%며, 축종별로는 소고기 45.9%, 돼지고기 76.5%, 달고기 81.3%, 계란 99.9%, 우유 60.7%로다. 축산물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으로 축산자급율을 더욱 늘려야하나 수익률이 저하됨으로써 오히려 축산을 포기하는 농가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자급율도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농업총생산액 42조 9천억 중 18조 2천억(42%)으로 중요한 역할 을 감당하고 있다. 축산의 붕괴는 농업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허가축사의 적법화에서 나타난 첫 번째 문제는 정부가 일면 조장한 측면이 있다. 축산업이 몇 차례의 파동이 일어나자 농민들에게 전업화와 규모화를 권장하면서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의 잣대를 느슨하게 했다. 두 번째 축산이 일정정도 경쟁력을 갖추어 감에도 사전에 개도하여 축산환경을 개선하지 않았으며 또한 새로 진입하는 농가들에게도 기존 농가와 같은 태도를 취함으로써 불법을 양산해 왔다.

농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첫째 생업을 포기해야할지 모른다는 심리적인 불안, 둘째 적법화에 투입되는 자본의 궁핍, 셋째 시간적인 촉급성, 넷째 법의 경직성, 다섯째 이행강제금 과다를 말하고 있다. 농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을 법과 행정의 기준에서 농민들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행정이 축산인들과 소통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한다.

첫째로 해결해야 할 심리적인 불안은 농민들이 농촌에서 그래도 노력한 만큼 소득이 생길 것으로 여기고 있는 축산에 종사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생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소규모 영세 축산농가들에게 적법화의 과정을 또 한 번 설명하여 위기의식을 해소해주고 남은 기간 지속가능한 보완책을 마련하여 삶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두 번째 경제적인 문제로 적법화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인데 이를 종소영세 축산농민들이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나주시는 이에 대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 조례에 따르면 이전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증·개축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를 신속히 개정하여 지원에 나서야한다.

세 번째 시간적인 촉급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축산농가와 나주시간 선의의 합의가 있어야한다. 농민들은 소나기피하자는 심산으로 연기를 요청해서는 안 되고 행정도 이행조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합의하고 유예하여 개선해나가야 한다.

넷째 법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현재 문제되고 있는 건폐율, 토지의 경계정리, 그리고 구거의 문제는 정부와 나주시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하고, 그리고 악취의 문제는 분뇨의 자원화를 위한 나주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하고, 사유지침범의 문제는 축산농가가 주도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제이행금은 행정과 농민들 간 이행 기간을 타협해서 이행시점을 정하고 그때까지는 반드시 면제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축산은 무허가축사의 적법화라는 난제 앞에 축산농가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는 길은 축산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으로 일정량의 자급율을 지탱해야하는 당위성이 있고, 우리나라 농민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요 버팀목으로써 농촌의 유지에 필수적이며, 특히 청년들이 유입되고 있어 청년실업의 해소에도 유용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