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혐오시설? 위치에 따라 다른 시각 현실적으로 존재해
나주시, 문제의 건물 적극 매입 나서야

나주의 진산으로 불리어지는 금성산 자락 아늑한 곳에 자리한 유서 깊은 진동마을(경현동)이 사익추구라는 세태와 마을 보존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강하게 부딪치면서 세찬 격랑에 휩싸였다.

금성산길 1번지(경현동)에 느닷없이 들어선 私人(사인)의 연수원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경매가 진행 되어 특정인에게 넘어가면서 건물을 인수한 사람이 요양원을 운영하겠다는 소식에 기겁한 주민들이 결사반대라며 머리띠를 질끈 동여 맺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의 건물의 도로명 주소는 금성산길 1번지이다. 도로명 주소 1번지에서 알 수 있듯이 경현동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요양원을 운영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처음부터 이유를 막론하고 경현동 온 마을이 들끓게 되어있다.

경현동은 나주지역에서 최초로 ‘경현서원’이라는 賜額書院(사액서원)이 세워진 역사 깊은 마을이다. 賜額(사액)이란 임금이 서원의 이름을 짓고 扁額(편액)을 내렸다는 의미인데, 한양문묘에 배향된 동방오현이라 불리어지신 김굉필 선생을 필두로 이황,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은 조선 유학의 태두로서 나주의 경현서원에 배향되었다는 점은 당시 나주지역의 정치적 위상과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사액서원을 진동(경현리)에 세웠다는 것은 마을의 충과 효 그리고 미풍양속과 함께 주변 풍광이 다른 마을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후 광주출신 기대승 문신과 안동출신 김성일 나주목사가 추배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현재는 노안 영평리에 있다.

당대의 경현서원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자면 서원 원장으로 김천일(金千鎰), 정개청(鄭介淸), 안방준(安邦俊)등 호남의 명유(名儒)들이 임석했다는 역사적 고증에서도 위풍당당함이 느껴진다. 특히 정개청의 아버지가 경현리 사람이고, 나주목사 아전의 아들이었지만 학문이 출중하여 호남의 선비들이 추존하였다.

그러나 정여립의 모반사건으로 ‘기축옥사’에 천여 명의 선비들이 죽임을 당한 중에서 호남 선비들이 씨가 마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정개청과 그를 추존한 선비들도 큰 화를 입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보았던 경현동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마을 애착은 남다르다 할 수 있는데 하필 마을 초입에 웬 요양원이냐는 분개다.

사실 요양원은 야누스와 같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보는 시각 또는 건물위치에 따라 복지시설 그리고 혐오시설이 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요양원 시설 운영은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는 의미는 복지시설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주시와 같이 도농이 혼재된 지역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존되어져야 할 동네, 특히 그러한 마을의 심장부에 요양원의 운영은 적법여부를 떠나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즉 적법한 사익추구는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반대로 사익추구에 의한 삶의 가치훼손은 윤리적 측면에선 부정되어야 하지만 현실적 괴리가 존재한다. 이제 나주시가 전면에 나서 문제 해결의 답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요즘 ‘돈’ 없다는 나주시가 갑작스레 졸부가 된 느낌이다. 나주시내 그리고 빛가람동의 가로등에 걸린 일회용 꽃값이 자그마치 2억여 원이 넘는다니 기가 막혀 ‘억’이란 비명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돈 아껴 나주시가 문제의 관련 건물을 매입하여 ‘진동’의 살아있는 역사문화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나주시는 돈이 없다고 또 다시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가로등에 걸린 꽃값과 6억6천만 원짜리 볼 품 없는 유람선 값에 조금만 더하기 하면 충분하다.

또한 시민들이 동의 할 수 없는 남양휴튼 아파트, 그리고 시의원의 땅 투기 의혹에 휩싸인 도시계획상의 도로 개설비 9억 원에 알파 플러스 하면 경현리 요양원 문제는 만사형통이다.

아니면 나주시장은 外華內貧(외화내빈)을 즐기는 무능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거의 틀림없다. 겉치레 좋아하는 사람치곤 야문 사람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매입에 적극 나서라는 나주시민들의 성화가 보통이 아니다. 나주시,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