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창 전 고구려대교수

한국사회는 이익과 이익을 놓고 벌이는 각축장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이 이익에서 발생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는 티끌만치도 보이지 않고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내세울 때는 막무가내 식으로 하지 않고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종국에 가서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주도 대한민국의 일부분인 이상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님비(NIMBY)와 핌피(PIMFY)라는 현상이 있다. 전자는 낫인마이백야드(Not In My Back Yard)로 “내 집 뒤 마당에는 안 된다.”라는 뜻으로 여기에는 공장, 환경정화시설, 장례시설, 핵시설, 군사시설, 도박장, 유흥업소, 사회복지시설, 교도소, 묘지, 화장장, 발전시설, 마약중독자 및 AIDS 환자 치료시설 그리고 축산시설 등이 있다.

후자는 플리스인마이프런트야드(Please In My Front Yard)로 “내 집 앞마당이면 좋아요.”라는 뜻으로 여기에는 교육시설, 지하철 역, 공원, 쇼핑센터, 공항, 그리고 국가기관 등이 있다. 님비와 핌피가 예전에는 확연히 구분되었으나 최근에는 지역의 상황과 맞물려서 님비시설과 핌피시설이 상호 뒤바뀌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님비시설과 핌피시설은 사회적 기간시설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지역이 감당하고 지역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시설들로써 지역 내에서 거부하면 사회구성을 해체하든가 아니면 삶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소중한 것 들이다.

예를 들어 환경정화시설이 없다면 가정의 수세식변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축산시설이 없으면 우리가 매일 먹는 육류섭취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내 집 앞으로만 공원과 교육기설을 유치하겠다고 하면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구성원 간 갈등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오래전에 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시스템을 찾아 해결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5년 전에야 학회가 발족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해가 상충하는 갈등의 문제를 경험과 상호간 타협만으로 맡겨 놓으면 사회적비용이 과다하게 소용된다. 우리는 새만금방조제건설, 차폐산터널공사,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주의 싸드 설치를 놓고 벌어졌던 갈등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갈등관리시스템을 신속히 정리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나주에 혁신도시가 정착되어 가면서 님비사업과 핌피사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방안,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 혁신도시와 원도심간 갈등, 각종 개발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 간 갈등, 묘지와 화장장, 축산시설,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등 님비시설들이 산적해 있을 뿐 아니라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한전공대와 에너지밸리 관련 공단을 놓고 광주시와 유치각축전을 벌려야하는 핌피 사업도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가 지속되면서 지적되고 단점중의 하나가 단체장이 님비나 핌피사업에 대해서 표를 의식한 나머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님비든 핌피든 지역주민에게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한 사업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장례문화 변화로 전국 화장 비율이 80%를 넘었음에도 나주에는 화장장이 없어 광주나 목포로 화장을 하러가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단체장이 책임을 외면함으로써 주민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면 지방자치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님비와 핌피는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임으로 주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먼저, 주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반대가 두려워 밀실에서 추진하다 발각이 되어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된 사례를 여러 번 목격한바 있다. 

둘째, 기꺼이 비용을 지출할 태도가 되어 있어야한다. 주민이 누리는 기회의 비용이지만  혈세를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이 동의하는 수준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세계나 전국에서 님비시설을 핌피시설로 바꾼 우수사례는 공히 비용이 지출되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순환이다. 주민의 공감대와 비용지출을 할 수 있다면 각 지역이 시설을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책임 담당지역제를 이룸으로써 갈등을 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