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꽃잎의 흉터-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님을 위한 씻김굿-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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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호] 승인 2017.06.03  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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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에 널브러진 코고무신 한 켤레
주인은 어디 갔나?
주인은 어디 갔나?
하늘가에 낭자한 붉디붉은 울음소리
각혈 같은 석류에 알알이 박혔네

광풍들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기며
울부짖는 꽃잎을 웃으며 학대했네
버려진 버러지처럼 손가락으로 짓뭉갰네
찢어진 낙엽처럼 발바닥으로 짓밟았네
죄도 없이 비는 꽃잎 담뱃불로 지지고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처럼 걷어찼네
금계랍 수 십 개에 떨어진 꽃잎들
창틀에 목을 매고 떨어진 꽃잎들
낙화에서 모질게 살아남은 꽃잎들
쓸모가 없어지면 벌레처럼 죽였네
구덩이에 던져서 불에 태워 죽이고
꽁꽁 언 주먹밥에 수은 넣어 죽이고
우물에 던져서 생매장을 하였네
아버지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
나라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
신께서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
악마들이 고문을 잔치처럼 즐길 때
모두들 어디에 어디에 있었나
조센삐 조센삐 공중변소라 놀리면서
하루에 100명의 미친 군인들이
하루에 100번 죽는 꽃문을 들락거렸네
광풍에 휩쓸려간 꽃잎은 이십만
광풍에서 건져낸 꽃잎은 이백삼십팔
아직도 타국에서 울부짖을 아픈 영혼
아무도 아픈 손을 잡아 주지 못하고
아무도 기막힌 한 풀어주지 못하고
기억도 못하고 기억도 안하고
산보다 높을 줄 알았던 내 이웃
강보다 깊을 줄 알았던 내 가족
바다보다 넓을 줄 알았던 내 나라
봉선화는 저고리에 고개를 묻고
무궁화는 바닥에 정신줄을 놓은 채
꽃의 기억을 까맣게 잊은 꽃
구덩이에서 함성처럼 들려오는 “쳐 죽일 놈들”
우물에서 꾸짖듯 들려오는 “쳐 죽일 놈들”
스스로를 지키려는?눈물겨운 몸부림
주먹을 쥐고 바르르 한평생을 떠는 일
“쳐 죽일 놈들” “쳐 죽일 놈들”

누가 꺾었나 어여쁜 꽃송이
누가 밟았나 순결한 꽃송이
천지의 눈물 위에 띄워 보낸 꽃송이
이제 그만 아프게
이제 그만 서럽게?
천지의 눈물로 희게 씻긴 꽃송이

사립문에 널브러진 코고무신 한 켤레
주인은 어디 갔나?
주인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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