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치와 보노보, 인간의 양면성을 비추는 거울”

지인의 소개로 절판된 책을 중고 서점에서 새 책의 두 배가 넘는 3만원에 구입한 책이다. 영장류를 통해본 인간의 초상을 담은 대중 과학서로서 인간이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관대한 사랑을 하는 양면성에 대한 탐구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두 종의 영장류 친척을 등장시켜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의 논의를 넘어서는 종합적이고 규형 잡힌 해석을 내놓았다. 인간 내부에는 보노보와 침팬지가 모두 살고 있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내부의 양면성을 통제할 수 있으며 한 쪽 면이 다른 쪽 면보다 더 잘 표출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나 동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프란스 드 발은 인간 본성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척 두 종과 인간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설명한다. 두 종의 친척은 권력과 피에 굶주린 가부장적인 침팬지와, 평화적이고 평등주의적이고 가모장적인 보노보이다. 두 유인원은 서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와 가깝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들은 인간의 본성에서 오로지 침팬치의 ‘도살자 유인원‘ 측면만 부각시켜왔다. 이 책은 우리 종이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경쟁과 이기심뿐만 아니라, 보노보의 협력 정신과 이타주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지금까지 인간 본성에 대해 우리가 가져왔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으려고 시도한다. 

1967년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가 나온 이래 인간의 권력, 섹스, 폭력, 도덕성의 진화에 대해 이렇게 폭넓고 깊이 있게 조망한 책은 없었다는 게 영장류학계의 평가다. 당시 ‘털 없는 원숭이’는 동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지만, 영장류에 대한 당시의 연구수준이 초보적이었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다. 당시에는 침팬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실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보노보는 아예 존재 자체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제인 구달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공헌으로 영장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인간은 내부에 저열한 경향과 고상한 성향, 폭력적인 친척과 평화를 사랑하는 친척, 즉 보노보와 침팬지를 모두 지니고 있다. 물론 침팬지와 보노보 역시 각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침팬지의 친절함과 협력을 보여주는 사례와 보노보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사례들 역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인간 역시 야누스의 머리를 가진, 이중적인 본성을 지닌 종이다. 그 중 우리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중요한 결론은 우리가 지닌 양면성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한쪽 면이 다른 쪽 면보다 더 잘 표출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나 동기를 만들 수 있다. 어쨌든 인간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특정한 측면만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 간다면 바람직한 행동들을 유발할 것이라는 것은 경험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특히 이 책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보노보’를 세계 학계에 소개함으로써 침팬지에 편중되어 있던 영장류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란스 드 발은 영장류학의 최신 연구 성과에 힘입어, 무엇보다도 침팬지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노보’의 존재를 인류의 진화 연구에 복권시키며, 지난 수십 년간 인간의 잔인함과 공격성만을 부각시켰던 진화생물학의 낡은 인간관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프란스 드 발은 한 종에만 국한하지 않고,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 등 여러 영장류를 폭넓게 연구한 석학으로 세계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이 책은 단지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라는 이분법적인 논쟁을 뛰어넘어 섹스 및 먹이의 분배와 관련된 사회구조, 강간이나 동성애 같은 행동의 기원, 동물과 인간의 화해 행동, 공정성에 대한 감각, 권력에의 지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평등에 대한 추구, 공감의 발달, 동물의 ‘문화’, 여성(암컷)과 남성(수컷)의 차이 등 유인원과 인간의 다면성을 조명하고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