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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얼음》 송두율(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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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호] 승인 2017.04.16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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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송두율의 자전적 에세이

재독 철학자 송두율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 스스로도 이 책이 “마지막 우리말 단행본”이라 했다. 삶의 고비를 넘고 넘어온 한 노년의 지식인은 우리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우리말로 쓰는 송두율 교수의 12번째 책이자 자전적 에세이다. 총 6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린 시절과 유학시절, 군부독재 시기 해외 민주화 운동, 해외에서 더 예민하게 경험한 분단의 상처들, 2003년 37년 만의 귀향, 베를린으로 돌아간 뒤의 이야기 등을 엮었다.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둔 성찰 등을 찬찬히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자서전’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빌어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말에 걸맞게, 그가 추억하는 많은 주인공들이 그와 더불어 이 책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험한 시대를 살았던 만큼 수많은 사연이 서려 있지만, 그의 삶에서 2003?2004년 상황에 먼저 눈길이 간다. 급작스럽게 결행한 ‘37년만의 귀향’, 귀국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된 국가정보원과 검찰 공안부의 가혹한 조사, 재판에서 검찰 쪽 증인으로 나선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와의 만남 등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그는 당시 “해방 이후 최대 간첩 사건”, “노동당 서열 23위의 김철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선 ‘김철수’ 부분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최종적으로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그가 독일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했던 방북 행적에 대한 것  뿐이었다.

자신이 몸소 겪었던 경험담인 까닭에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독자들한테도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질 듯하다. 그는 한극 사회에 불어 닥친 국가보안법의 야만과 광기로 큰 고초를 겪었을 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세력 내부에서 나의 귀국이 민주화의 성과를 바래게 했다며 질책할 때마다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저자가 노동당 입당 원서를 썼던 사실이 새로 밝혀지면서, 민주화 운동 진영 일부는 그와 거리를 두려했다.

송두율은 이제 남쪽도 북쪽도 가지 못한다. 남쪽에 대해선 “그 땅을 다시 밟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이내 깨닫고는 답답해지고 분노만 하게 된다”고 했다. 그 전에는 수시로 방북했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했으나, 2004년 이후엔 방북의사를 밝혀도 응답이 없다. “나는 앞으로 방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동시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책에는 여러 ‘역사적 장면’이 등장한다. 1967년 동백림사건의 여파가 여전함에도 서독에선 유신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1974년 ‘민주사회견설협의회’가 창립됐다. 유신과 광주민중항쟁의 여파로 윤노빈 교수 등 남쪽 지식인의 월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82년 북으로 간 윤 교수는 헤겔 철학을 전공했으나 동학사상을 새롭게 조명한 〈신생철학〉을 발표해 80년대 한국 사회의 지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국제윤이상협회가 삐걱거리고 저자가 2012년 탈퇴까지 하게 된 사연, 70?80년대 서베를린을 무대로 한 국정원의 여러 공작 등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얘기들이 이어진다.

책의 맺음말은 그의 최종 결론이다. “나는 절제할 줄 아는 낙관주의를 ’불타는 얼음‘이라고 부른다. 이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또 희망, 낙관과 비관 그리고 또 낙관의 열린 과정을 묘사 한다. 내 삶이 끝나도 세계의 시간은 열려 있다.”

올해로 일흔세 살이 된 그에게 2017년은, 스물세 살 고국을 떠나와 외국 땅에 머문 지 꼭 50년, 반세기가 되는 해이다. “주변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보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건들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을 미루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책의 발간 경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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