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든다는 말이 있다. 무모한 짓을 빗대어 하는 말인데 이 무모는 정신 질환에서 올수도 있지만 무모의 뒷배에는 권력이 똬리를 틀고 있기에 일어나기도 한다.

박근혜의 탄핵 반대집회 과정에서 관련 법관들에게 공갈치는 '놈'들 또한 후자인 권력 즉, 죽은 박정희와 그의 딸, 박근혜 권력부활이라는 기막힌 '맛'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정신병자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탄핵반대 자체가 정신병자들의 난행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당한 공권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깽판 치겠다는 그들은 정신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600백년의 조선왕조는 골육상쟁, 피와 살을 나눈 형제들을 도륙 내었던 무서운 역사가 숨어 있다. 그 바탕에는 권력이 존재하는데 "권력이라는 '맛'이 얼마나 황홀했기에 패륜도 서슴치 않았겠냐?"라는 궁금증은 범부들이나 고기 맛을 모르는 스님이나 매 한가지다. 형과 동생, 조카, 인척들을 척살해야 했던 권력의 맛, 그래서 권력과 아편은 이혼할 수 없는 천생연분이라고 부른다.

나주시 반남면에서 면사무 개청 이래 초유의 사건으로, 면사무소 공무를 방해 했다며 건설업자를 업무방해혐의로 나주경찰에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하여 나주시가 들썩거리고 있다.

나주시가 들썩거리는 이유는 업무방해죄라는 고소가 아니라 강인규 시장의 최고의 실세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고소를 당했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아니러니 한 것은 강인규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실장이 반남면장이라는 상호관계에서 보자면 이 사건은 단순 업무방해가 아니라 '강 시장'이라는 권력의 狐假虎威(호가호위)에서 파생되었다는 의문이 크게 인다.

나주시 공무원 사회에서는 반남면장을 '강 시장' 실세로 꼽고 있다. 또한 피소된 건설업자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세라고 자신은 찰떡같이 믿고 있다. 이 찰떡은 나주시에서 발주하는 공사 수의계약의 순위에서 반남, 노안, 문평의 삼분지 천하에서 치열한 순위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나주지역에 기반한 건설업자들의 입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실세끼리의 충돌이라면 사람의 충돌이 아니라 권력에서 떨어지는 턱찌꺼기의 獨床(독상)을 위한 충돌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크거나 작은 여하한 행정기관은 공권력을 가지고 시민사회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해 주고 있는 곳이다. 반남면사무소의 업무가 곧 공무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공무를 깽판 쳐서 건설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그리고 공권력에게 공갈치는 '놈'들과 반남면의 업무방해죄가 겹쳐져 보이는 것은 분명 나만의 착시가 아닐 것이다. 村夫(촌부)들은 '주인이 엽엽해야 종 부린다'라고 주장한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박근혜가 엽엽하지 못해서 나라가 시끄럽다. 검찰이 엽엽하지 못하면 도둑놈들이 넘친다. 아버지가 엽엽하지 못하면 뼈대 없는 집안이 되는 것이고, 부인이 엽엽하지 못하면 가세는 기울게 되어 있다. 여기서의 엽엽함이란 이성적 판단과 판단의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반남면 사건은 '강 시장'이 엽엽하지 못해서 일어난 부끄러운 나주지역의 '민낯'이다. 강인규라는 뒷배가 없었다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작태 아니냐는 면민들의 분노에서 '나는 죄가 없다'라고 말하는 나주시장이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락이 자신과 전혀 무관한, 엮였다는 박근혜의 빈 머리와 거의 닮았다고 볼 수 있다. 누가 실세라는 멍석을 깔아 주었냐는 의미다.

실세? 머리 꽉 찬 지도자라면 실세를 철저히 거부해야 한다. 아니면 그 적폐가 결국 자신을 죽이는 암 덩어리가 되고 만다는 것을 나주의 정치역사가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실세는 시민이 되어야 온전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賊反荷杖(적반하장)이라는 좋은 말이 있다. 시민에게 위임받은 나주시장이라는 권력에 빌붙어 공적인 질서를 망가뜨리는 짓을 업으로 삼고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비선실세이고, 도둑이 매 든 꼬락서니이다.

나주시장은 시민을 위해서 공무에 열중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바탕에 주력해야 한다. 공권력에 공갈치는 천박한 비선실세라는 '놈'들과 연을 끓어야 민폐가 없다. 아니면 민심이반으로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