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선거철만 되면 여지없이 불거지는 일이 있다면 아마 정치철새 이야기 일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철새정치인에 대해서 둔감해졌는데 그만큼 정치적 소신과 철학은 아무 짝에 쓸모없는 헌 고무신짝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時俗(시속)이 되어버렸고, 정치가 희극화 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요즘 민주당이 희희낙락이라고 한다. 대권경쟁에서 성큼 앞서가는 것과 비례하여 복당과 입당에 문전성시라고 하는데 작년 4·13 총선을 전후하여 민주당 탈당러시와 비교하자면 속물들의 근성이 여지없이 다시 도지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성인군자와 같아 지지여론이 높은 것이 아닐 진데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된다는 것에 의식 있는 사람들은 속이 불편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철새들의 생리를 자세히 살피자면 속이 느글거리게 만드는 쪽은 아부를 좋아하는, 꼭지 덜떨어진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선 잘 먹고 잘 살기위한 서로 좋은 기막힌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먹고 잘살면서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줄 안다면 그나마 의적의 후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치하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치나 경제 역사에서 머리 검은 짐승이 된, 즉 조석지변으로 변신을 꾀했던 철새들은 한 번도 소수의 처지가 된 적이 없다는 것에서 보자면 정의 편에서의 불이익보다 불의의 힘에 알랑거리는 단맛이 더 그립기에 오늘도 철새들의 날개 짓 비상소리는 요란하게 되어 있다.  

나주라는 지역의 정치사도 더우면 시원한 것을 찾고, 추우면 따뜻한 것을 찾는, 인간의 간사한 한계를 뛰넘지 못한 까닭에 난장판과 거의 다름없는, 동물의 세계와 전혀 진배없다. 

나주지역에서 최초로 철새정치인은 행정·사법 양과를 합격한 당시 야당의 강골인물로 알려진 나석호 前 국회의원이었다. 전도가 유망했던 그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자 그쪽으로 빌붙어 영화를 누렸다가 2011년 북망산천으로 길을 떠난다. 그의 묘비에 새겨진 글들이 몹시 궁금해진다. 그 '놈' 잘 죽었다는 매몰찬 비난도 현존한다. 하필 전두환 '꼬봉'이냐는 의미다. 고문의 후유증이라는 동정도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라 여길 정도로 나주지역에서는 너무 많은 철새정치인들의 양산 그리고 浮沈(부침)이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치철새 선배들의 전철을 답습하겠다는 용기는 가상하나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상황에서 '통' 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철새의 兩翼(양익)엔 前 김대동 시장과 前 최인기 의원을 빼 놓을 수 없다. 누구라고 말하면 금방 알 수 있는, 현역 중 또 한명이 있지만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의 권토중래는 난망이다. 인격만 고철이 되고 말았다는 말인데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오는 지방선거에서 현존하는 철새들의 官(관)과 완장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시민의식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면 신뢰라는 한 가지 측면에서도 당연히 철새를 거부해야 나주의 정체성이 살아날 수 있다. 신뢰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송도상인이나 개성상인들의 처세에서 찾을 수 있다. 한낮 봇짐장수와 등짐장수이지만 그들의 신뢰감은 임금도 못 미쳤기에 전설이 되었던 것이다.

인간사회의 돈독한 연결고리는 신뢰가 없으면 썩은 새끼줄에 불과하다. 이러한 썩은 새끼줄을 튼튼한 동아줄 인양 속여 팔아먹겠다는 불량한 속셈을 가진 부류들이 철새정치인들이다. 정치는 떼거리가 많아야 최고다. 그러나 민주당의 희희낙락이 시민사회에 희희낙락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가라지와 알곡의 선별은 필수다. 나주지역도 대선정국이 마무리 되고 민주당이 소기의 목적, 즉 대권을 잡게 된다면 엄청난 정치적 지각변동이 불어 닥칠 공산이 매우 농후하다.

지역위원회는 과거와 같이 패거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릇 인재영입에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삼고초려는 너무 쉬운 말이다. 그리고 끼리끼리 해 먹겠다는 생각이 먼저라면 정치인으로서의 내일을 크게 기대 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남가일몽이다. 한 가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好期(호기)는 危機(위기)의 다른 말이라는 것이다. 철새? 좋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