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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 기행》 곽재구(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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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호] 승인 2017.02.19  20: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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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이 깜박이는 작은 포구를 방랑하는 시인의 시선

〈사평역에서〉 〈아기참새 찌꾸〉의 시인 곽재구가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작은 포구들을 찾아 떠난 여행을 기행 산문으로 정리한 책이다. 15년 전에 출간 된 책이지만 세월을 뛰어넘어 언제 읽어봐도 포구의 향기와 정취가 묻어난다. 화진, 정자항, 선유도, 지세포, 어청도, 삼천포, 구만리, 순천만, 화포, 향일암, 회진, 왕포, 우도, 조천, 지심도, 춘장대, 장항 상족포구, 어란포구 등 …. 해드는 바닷가 마을에서 해지는 마을까지,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그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 작은 갯마을들을 시인은 두루두루 방랑한다.

시인은 불빛이 깜박이는 작은 포구 마을들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지난 시간들의 꿈과 그 불빛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생생한 포구 사진과 시인이 찾아낸 우리 이웃들의 진솔함 삶의 이야기 속에서 어느덧 저물녘 바닷가 작은 마을, 갯벌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15년 전 시인이 보고 느낀 포구와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포구의 포구 모습을 비교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화포에서는 1년 365일 맛조개를 잡으며 사는 눈빛 맑은 아낙들이, 구룡포에는 고된 바닷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집을 읽는 어부가 있고, 진도 남동리에는 이미 십 여 년 전에 만났던 지금은 돌아가신 소리꾼 조공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작가가 만난 바람, 파도, 개펄, 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어 속삭이고 있다. 또한 책 속 중간 중간 담긴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25컷도 그 자체로 너무나 잔잔하고 아름답다.

시인의 포구 기행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또 발견할 수가 있다. 시인은 “배들의 이름에는 선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주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 고향 동리의 이름을 새기기도 하고 젊은 날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의 이름이나 술 이름을 적어 놓은 로맨티시스트도 있다. 먼 이국의 항구 이름을 따오기도 하고…. 그 이름의 의미를 다 모아 놓으면 그것이 그대로 한 포구가 지닌 그리움의 실체가 되리라.”고 말한다.

시인은 포구의 모든 것을 찬찬히 살핀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으면서도 마찬가지다. 시인은 선유도에 대해 “신선이 노닌다는 그 섬의 백사장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생각했다. 햇볕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모래들은 빛났고 파도소리들은 푸르렀다.”고 표현하고 있다. 끝 모르게 펼쳐진 모래사장을 보고 곽재구 시인은 맑고 넓은 원고지라고 본다. 이처럼 모래사장을 보고 ‘이게 뭐야 썰렁하네’라고 오는 사람과 거기서 세상에서 가장 맑고 넓은 원고지를 떠올리고 오는 사람과 삶이 같을까.

또 시인은 “꽤 많은 바닷가를 지나온 적이 있지만 파도소리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처음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파도소리에서 꽃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부럽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어떤 파도소리는 꽃이라고 상상할 수 있고, 어떤 파도소리는 움악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문득 깜깜한 바다 한 가운데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불빛 하나가 보입니다. 그 불빛은 내가 앉은 가로등 밑둥까지 천천히 다가옵니다. 작은 배 위에 한 노인이 등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가 내게 삿대를 내밉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배 위에 오릅니다. 세월이 가고 다시 세[월이 오고,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시를 쓰고 파도소리를 듣고, 그러다가 그 길목 어디에서 우연히 시의 신을 만나 함께 배 위에 오를 수 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세월이 오고 다시 세월이 가고, 천형인 그 시간들을 운명처럼 바람처럼 따뜻하게 껴안은 축제들의 시간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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