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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철학하다》 이진경(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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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호] 승인 2017.02.11  22: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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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이진경, 불교를 말하다!

마르크스주의와 현대철학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유를 거듭해온 철학자 이진경 교수가 불교에 대한 책을 펴냈다. 지난 1년 동안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엮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이진경이 그간 공부했던 과학, 철학, 예술 등이 불교적 사유의 흐름 속에서 섞이고 변성된 것들로, 자신도 모르게 밀려들어갔던 심연 속에서 보고 생각한 것들을 촘촘하게 담아낸 책이다. 현대철학으로서의 불교, 즉 불교의 개념을 현대로 가져와 우리 삶 속에 투영해보고 융합해봄으로써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불교로의 재탄생을 이야기했다.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25가지 개념을 다루는 방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무언가에 섞여 들어가며 스스로 바뀌어간 ‘불교의 초상’에 더 가까울 것이다. 연기, 무상, 무아, 보시, 중생, 분별, 중도, 윤회, 자비, 마음, 식, 십이연기(무명/행/식/명색/육처/촉/수/애/취/유/생/노사)에 대한 이치와 지혜를 설명하면서 ‘21세기’라고 명명되는 이 시대의 연기적 조건에 부합하는 또 하나의 불교로, ‘지금 여기’의 무상한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의 방향을 조명한다.

   
 
그런데 왜 현대철학자가 ‘불교’를 이야기할까. 또 그에게 불교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에게 불교는 아주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진 종교였고, 아득한 먼 곳에서 가끔씩 보내는 철학적 눈짓에 불과했다.

그러다 우연히 성철 스님의 법어집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접한 후 〈벽암록〉의 심오함과 유머스러함, 고준함에 ‘매혹’되었고, 가까운 이들과의 갈등에서 시작된 당혹스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아상’에 대해, 그 아상이 만드는 세계의 일방성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내 기준에 따라 세상사를 분별하며 내 맘에 들지 않는 얘기는 싫다고 쳐내고 맘에 드는 얘기만 기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계기로 점차 ‘무아’를 설하는 철학에 빠져 들어갔고, 세상을 향해 분별하고 재단하던 시선을 비로소 내 자신을 보는 데 내 자신이 만든 세상의 협소함을 보는 데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전에 읽고 생각하고 행하던 모든 것, 가령 ‘차이의 철학’이니 ‘공동체’니 하는 것들이 ‘무아’의 철학 없이는 공허한 것이 될 것임을 직감했고, 그 직관 속에서 그것들 또한 변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운명의 지침들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의 불교 해석은 새롭고 때론 과감하다. 그리고 어렵지 않다. 가령 무아와 연기를 잠재성과 현행성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탁월하다. “무아(無我)란 능력의 최대치를 뜻하는 잠재성을 향해 우리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고, 그 잠재적 능력을 통해 다른 ’나‘들로 바꾸어가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잠재성을 통해 최대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책은 뛰어난 문장력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자 이진경이 ‘불교’에 매혹되고 예고 없이 맞닥뜨린 삶의 심연 속에서 보고 생각하게 된 것들, 불교와 신체와 영혼에 스며들어 만들어 낸 사유의 단면을 섬세하면서도 통찰력 넘치는 문장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곳이 연결되고, 기계와 인간이 섞이고 합체되며, 생명체가 복제되고 매매되는 시대에 어떤 현대철학보다 더 현대적인 철학으로, 어떤 윤리보다 더 현대적인 삶의 방법으로서 불교가 재탄생되어야 한다는 한 현대철학자의 경계를 허무는 관점과 폭넓은 사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세속을 벗어난 수행과 고된 깨달음의 여정을 뛰어넘어 좀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우리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깨달음의 요체로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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