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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에 대하여》 강남순(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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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호] 승인 2017.02.05  09: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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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2015년 1월 10일 새벽에 일어난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한 남자가 차에 치어 사망했던 사고를 말한다. 남자를 친 운전자는 그대로 도주했으나, 결국 자수했고 피해자의 아버지는 오랜 고민 끝에 아들을 죽인 뺑소니차 운전자를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그 운전자를 만난 다음 날, 그 용서를 번복하며 분노했다. 이유는 뺑소니차의 운전자가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고 태도에서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가해자의 뉘우침을 용서의 전제조건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용서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사건을 통해 용서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담을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사건을 보며 ‘용서’에 대해 수수께끼 같은 물음을 던진다. 크림빵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이미 숨을 거뒀다. 이처럼 직접적인 피해자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용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누구에게 진정으로 ‘용서할 자격’이 있을까. 피해자의 부인인가, 그를 낳은 어머니인가.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라 간접적 피해자인 아버지가, 과연 “나는 용서한다”라며 용서의 행위를 할 수 있는가.

또한 용서를 하지 않는 것과 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왜’ 우리는 용서해야 하는가. 용서하면 피해자가 분노나 복수의 마음에서 해방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가해자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인가. 용서는 ‘언제’해야 적절한가. 예를 들면 가해자가 용서를 요청한 후인가, 아니면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는 것과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가. 또한 용서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는가. 즉 용서를 하기 전에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가 뉘우치거나 회개해야만 비로소 용서가 가능한가. 이러한 물음들은 용서의 지평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준다. 이 책은 그 물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기독교에서 용서는 중요한테마다. 그러나 간혹 기독교에서는 ‘값싼 용서’를 강요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나의 도그마로써 강요할 때, 피해자는 더 큰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용서가 중요한 것은 속박된 과거로부터 해방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다. 용서해야 하는 상황은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조건이나 대상도 찬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용서에는 완결점이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용서란 한발자국씩 발걸음을 떼어 놓는 여정이다.” 저자는 용서를 사유해야 되는 이유를 인간의 존재론적 측면에서 찾는다. 저자는 용서에 대한 전범(典範)을 제시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 한다. 용서받아야하거나 용서해야 하는 현실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은 무조건적 용서와 조건적 용서의 맹점도 짚는다. 무조건적 용서를 추구하기에는 짚어야할 문제가 많다. 조건부용서는 자칫 용서를 교환가치로 만들거나, 피해자-가해자 간 ‘윤리적 위계 관계’를 형성할 우려도 있다. 이쯤 되면 용서가 일종의 ‘딜레마’로 다가온다. 그만큼 우리가 용서의 문제를 단순화시켜서 봤다는 방증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구체적 ’지침서‘가 아니다. 또한 독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며 교훈을 알려주는 ’교훈서‘도 아니다, 저자의 의도는 용서라는 자명해 보이는 개념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 개념의 구조가 얼마나 복합적인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용서가 필요한 상황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모든 용서가 서로 유사해 보일지라도 구체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용서에 접근해야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용서-일반‘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용서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매번 새롭게 생각해야 할 과제다. 이 책을 통해서 나눌 대화는 저자와의 대화이기도 하고, 독자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며, 또한 이 책 너머에 존재하는 다양한 타자들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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