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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경찰서 마당에 임시로 숙소를 마련하고 하룻밤을 야행한 5중대는 다음날 1월 20일 오전 8시 30분경 세지지서에서 근무했던
강성언(지금도 세지 주민들은 강성언을 강성은 또는 강성원으로 이름을 잘못 알고 있다.) 사찰계 형사와 경찰 5-6명을 데리고 경찰서에서 출발해
9시 30분경 영산포에 당도했다.
5중대의 길잡이 역할을 한 강성언은 영암군 시종면 출신으로 전쟁 전 세지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주민들을 혹독하게 대해 그에 대한
평판이 지금까지도 좋지 않다.
"나하고는 가까운 집안이라서 그랬는지, 참 잘해줬어. 그런데 주민들에게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어. 그때 경찰들이 다 그랬지"(조기영,
1931년생 현장 주민)
"밤색코트를 입고 동창교에서 사람을 끄집어 낸 놈이여. 지가 전쟁 때 세지에서 죽을 뻔 했는데, 주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나갔던 놈인데 여기
와서 해코지를 한 것이지. 내가 광주에서 피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놈이 나를 계속 동창교 아래로 내려가라 그래. 끝까지 안 내려가고 신북여관
정제로 얼른 들어가서 살았어."(류복남, 여, 당시 27살, 영산포에서부터 군인 따라옴, 이날 남편이 죽음)
강성언은 이후 세지지서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1953년 파면되었다. 그러나 파면 후 고향으로 돌아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신북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했으며, 1992년 사망했다.
강성언을 비롯해 이날 군인과 함께 따라온 경찰들은 전쟁 전 세지지서에서 근무했던
이민복(송월동 토계리), 손영숙(세지), 이기철(세지)씨, 그리고 의경으로 입대한 최중선(세지)씨 등 5-6명 정도였다.
영산포에 도착한 강성언은 당시 반공단체였던 구국연맹 영산포 사무실(산정동)로 찾아가 "지금 세지로 군인이 진주한다"면서
나기수 위원장과 염기열 총무부장, 강길만씨 등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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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 당시 집단학살된
동창주민의 영령을 기르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
| 구국연맹 주 업무가 경찰 옆에서 잔심부름 등을 하며 돕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기수 위원장은 곧바로 영산포로 피난 나온 세지출신 회원
14-5명을 소집하였다.
5중대와 경찰은 구국연맹 회원뿐 아니라 영산포로 피난 나온 최00 세지면장을 비롯해 지역유지, 세지 주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날은 구련 사무실에 없었는데 회원 누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는데, 나를 찾아와서 지금 세지로 진주한다니까 서둘러 구련 사무실로 갔어.
경찰이 진주한다면서 함께 가자는데, 회원 가운데 누가 반대하겠어, 그래서 회원들이 따라나선 것이지."(1922년생, 이하철 세지 대산리,
구국연맹 회원)
"나는 그때 구국연맹이라는 단체에서 한 1년 회원으로 있었는데, 면장님이 군인들이 세지면으로 진주하는데, 같이 가야 한다고 해서 군인들과
함께 우리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면장, 구국연맹회원, 청년단, 지역유지들과 경찰 4명인가 따라왔어요. 군인들의 진주를 환영한다는 뜻에서 따라나선
겁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런 줄로 알고 나왔고."(강길만, 당시 34세, 구국연맹 회원, 세지면 오봉리)
"경찰서 직원 강성은이란 사람이 세지에 진주하니 같이 가자고 해서 구국연맹 회원이 따라가게 되었다. 구련은 경찰행정 협조 부서였으며,
부서는 총무, 재무, 연락부가 있었다."(염기열, 구국연맹 총무부장)
"영산포 엄동골목에서 피난을 하고 있었는데 영산포지소에서 나와 세지면을 진주하려 가니까 피난 나온 사람들은 전부 같이 들어가자는 권장이
있었다. 영산포로 피난 나온 세지 사람들이 상당수가 군인 뒤를 따라갔다"(최선진, 구국연맹회원)
그러나 이날 군인과
경찰이 세지로 진주한다는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진주란 말 그대로 치안을 담당할 지서를 면 소재지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의경으로 입대해 따라온 최중선씨도 '세지로 진주한다'는 군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최씨는 고향인 세지지서에서 근무하고 싶어 5중대를
따라나선 것이다.
세지면에 경찰이 주둔한 시기는 이 사건 후 2-3달 이상 지난 뒤였으며, 최중선씨는 그때 세지지서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세지를 진주한다는 말에 기뻐서 빨리 고향에 가고 싶어 군인들을 따라가게 되었다. 영산포로 피난 나온 세지 사람들 또한 고향에 살림도구와
식량이 있어서 기쁜 마음에 따라나선 거였다. 그런데 국군과 경찰을 환영하러 나온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만행을 보고 진주한다는 말이
헛소리라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그 뒤 서너 달 지나고서 세지지서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지역 어르신들이 내가 있어야 흑백을 가를 수
있다면서 붙잡아 근무하게 되었다."(1932년생, 최중선, 의경으로 입대)
영산포에서 지역유지와 구국연맹회원, 피난 나온 주민을 모은 군인과 경찰은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 이들을 데리고 세지로 향했다.
영산포에서 세지까지 약 30리 길로 걸어서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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