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뿔이 돋아나는 저녁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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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호] 승인 2016.12.24  21: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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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이마에 뿔 하나씩 돋아난다
세월의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
시간의 머리 위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시간의 눈금에 정직하게 다이얼을 맞추어야
그 눈금만의 답이 들린다
그 눈금만의 통증과 눈물이 만져진다
그 눈금만의 텃밭에서 피어나는 꽃이 보인다
부르기만 해도 눈물겨운 사람들아
이제, 무소처럼 홀로 걸어갈 뿔이 돋아나는 시간이다
그 뿔은 흔들리지 않는 뿔이다
외롭거나 서럽거나 아프거나 악물고 견뎌낼 뿔이다
외로움도 꽃으로 피워낼 뿔이다
서러움도 측은지심으로 풀어갈 뿔이다
고통도 쓸어내리는 약손 같은 뿔이다
뿔의 귀는 한없이 순해져서
못 알아듣는 상처가 없으리니...

시간이 뚫어놓은 구멍들
가슴에도, 뼈 매듭에도, 기억의 창고에도
마파람이 제 집처럼 드나든다
젖은 바람의 등에 업혀
손을 내밀고 다가오는 것들
노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저 노을을 아름답게 태우려면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버린 심장이 필요하다
어쩌면 식도염처럼 밤새 아렸던 시간에
더 뜨거운 불이 들어있으리니...
세상이 숨을 멈추고
우주가 운행을 그치도록
아리땁게 아리땁게 타오르는 노을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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