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광기 속으로 가라앉히는 자폐적 청춘의 초상!”

누구나 아는 고전, 그러나 누구나 읽지 않는 고전 책! 얼마 전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고전 10세트 중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이,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또한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끼, 버지니아울프. 토마스 만, 헨리 밀러, D. H. 로렌스를 비롯한 위대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페트라셰프스키 모임'에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명으로 28세에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형 집행은 극적으로 취소되었으나, 이후 4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다시 4년 동안을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을 했다.

《죄와 벌》은 그가 자유의 몸이 된 후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전체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 이미 라스콜리니코프는 살인을 저지르고, 그 이후에는 그가 왜 그런 범죄를 감행했는지를 밝히는 과정이 이어진다. 특히 다른 누구보다 라스콜리니코프 자신이 범죄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주로 그려진다.

그는 "나는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원칙을 죽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때문에 사람을 죽였어…." "내가 과연 노파를 죽인 걸까? 나는 나 자신을 죽인거야, 노파가 아니라!" "나는 그냥 죽였어. 나 자신을 위해, 나 하나만을 위해 죽인거야."라고 되뇌며, 실제로 끝까지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지 않는다. 그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론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 판단착오를 했다는 것, 그것이다.

이 "고매한 살인자" 라스니콜리니코프는 "성스러운 매춘부" 소냐를 만나면서 고해성사에 가까운 고백을 하게 된다. 그녀는 그에게 없던 '삶'을, '이론'이 아닌 삶을 가져다준다. 소설의 마지막장까지는 그는 성경을 펼치지 못했고(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속죄 혹은 구원을 얻었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죄와 벌이 "한 청춘이 겪는 '환멸과 좌절'의 기록"이라면, 소설이 끝난 후 두 청춘,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에게는 환멸과 좌절을 넘어선 '삶'이 남아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소냐의 감화에 의한 라스콜리니코프의 종교적 갱신과 정신적 부활이 그려지고 있다. 합리적 원리와 비합리적인 원리와의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에 직면한 라스콜리니코프의 심각한 고민은 투철한 심리분석과 극적인 박진력으로 훌륭히 묘사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인간의 삶과 예술, 그리고 생명력에 대해 말한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고민이 있다. 부정과 부패와 독재, 암울한 상황과 자본, 그리고 권력 등을 내리쳐 깨부수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식인들이 가져야할 이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면서 이성에 대해 어떻게 올바르게 가야 하느냐와 이성을 어떻게 넘어서야 하느냐를 묻는다. 그것에는 수많은 타자들이 목소리가 있다. 이성을 넘어 영혼의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는 상처와 그늘, 그리고 욕망이 만드는 상승과 하락의 곡선이 있다. 상반되고 모순되는 것들이 대립하면서도 동시에 상생한다. 타자들이 웅성거리는 수많은 목소리 속에 무수함이 들어 있다. 이질적인 모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그것은 생명의 세계이다. 그렇게 《죄와 벌》에는 내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나를 유예시키는 과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