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향수’ 제조를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로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부재가 붙은 책이다. 이 책은 1991년에 우리나라에 발행되었는데 2002년 경 우연하게 읽었다. 나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읽었다.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운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기상천외한 이 소설은 1985년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1738년 한여름 파리의 음습하고 악취 나는 생선 좌판대 밑에서 매독에 걸린 젊은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다. 그루누이는 선천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엄청난 후각을 가졌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걸음마나 언어보다 후각으로 먼저 사물을 판단하고 기억하는 그루누이. 세상의 모든  사물의 냄새를 기억하고 갖고 싶어 한다. 우연히 맡게 된 소녀의 체취에 이끌린 그루누이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죽이게 되고 그녀의 체취를 핥듯이 맡고는 끝가지 기억한다.

그 후로 그루누이는 냄새를 담아두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향수 제조기술자인 발디니의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발디니로부터 기본기술과 이론을 배우고 자기의 천재적인 조합에 따른 향수공식 100가지를 알려주고 향수의 메카인 그라스로 가게 된다. 그라스에서 고급기술을 익힌 그루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가장 좋은 냄새를 가진 여자를 그 냄새의 종류별로 12명까지 둔기로 죽이고 체취를 유지를 바른 천에 흡수하여 향수로 만들어 보관한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좋은 체취를 풍기는 여자인 그라스 향수공장의 주인인 리치스 백작의 딸 로라를 13번째 희생자로 하여 마지막 향수까지 만들어내지만 경찰에 붙잡히고 만다. 그루누이는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형 집행 당일 13가지 향수를 조합한 궁극의 “향수”를 몸에 뿌리고 나타난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집행관, 대주교 등 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모여든 모든 사람들이 그의 향수에 취해 그를 천사라고 칭송하며 경배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다. 심지어 그에게 딸을 잃은 리치스 백작까지도 그의 향수에 취해 그를 용서해버린다. 군중들이 향수에서 깨어나는 동안 유일하게 향수에 취하지 않는 그 향수의 창조자인 그루누이는 본능적인 냄새에 이끌려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 한 복판에서 남은 향수를 모두 머리에 뿌리고, 그 향을 맡은 시장의 군중들은 향수의 마력에 취해 그에게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순수한 발로에서 그루누이를, 그루누이의 향을 섭취한다. 그루누이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결국 이야기는 ‘향기의 신’이 되고자 하는 그루누이가 스물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 체취로 ‘지상 최고의 향기’를 만들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흘러간다. ‘지상 최고의 향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을 보게 되고 경험하게 되고 그루누이를 신처럼 떠받든다.

1700년대 향수문화 발달은 당시 파리의 악취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흔히 우리가 ‘향수’에 대해 가져온 환상적인 느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번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그루누이의 악마적인, 그러난 한편으로는 천진스럽기조차 한 짧은 일대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1985년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8년 이상, 정확하게는 439주 동안 독일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상위 10위권 내에 머물렀으며, 전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천만 부 에 이르는 판매 부수를 기록했었다. 우리에게 있어서도 쥐스킨트는 이제 가장 친숙한 독일 작가 중의 하나가 됐다. 독일의 ‘쉬테른’ 신문은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래 독일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이만한 성공을 거둔 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