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보성 출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지 317일 만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북망의 길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승과의 끈을 놓는 순간 그의 눈에는 '무엇을 담았을까'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사랑하는 가족? 아니면 시대의 처절한 분노였을까?

이후 그의 조국, 우리의 조국이라는 대한민국 박근혜 권력은 剖檢(부검)을 하겠다며 칼을 들고 득달처럼 달려든다. 죽은 사람을 해부해서 서울대 병원에서 내민, 사망 진단서에 적힌 병사라는 사인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 '놈'들이 치가 떨리도록 그래서 싫다.

국민에게 나온다는 권력을 가지고 죽음의 과정을 훼철하려는 드는 망상의 근원지는 또한 불량한 권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나는 그래서 그 '놈'들이 정말 싫다. '탁'하고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는 병신육갑노릇에 진절머리가 난 백성들이다. 다시 병신육갑노릇을 자처하겠다는 '놈'들에게 속겠냐는 국민들의 무서운 질책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나주지역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 사망 소식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편에선 나주시청 정문 노상에 분향소를 마련해 놓았는데 이상한 기류도 감지된다.

더민주당 나주지역 위원회에서는 조의를 표하는 검정색 현수막을 도로변에 내어 걸었지만, 새 정치를 하겠다는 국민의당 나주지역 위원회에서는 아직 조의를 표하는 현수막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손금주 의원이 판사출신이라 실정법 위반에 무게를 두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농민이라는, 시대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출렁인다. 실정법 이전에 人之常情(인지상정)을 생각하자는 의미다.

손금주 의원이 후보 당시에 '할아버지가 동강서 농사지은 쌀로 밥을 해 먹고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기억이 아직 뇌리에 생생하다. 자신도 농민의 손자, 아들이라는 최초의 실토였다, 그런데 농민의 아픔을 모른 체 한다면 자기 부정이 확실하다.

나주지역은 혁신도시가 번창하든 안하든 전형적인 농촌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민은 국가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양은 분명하다. 농민운동에 대한, 아니 농민을 위해 사회 운동을 한다는, 엉터리 사람들에 대한 斜視(사시)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자면 정경유착에 의한 실질적인 찬밥이기에 그들의 권익보호에 정치인들이 소홀해서는 모태를 부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시대에 '농자천하지대본'은 돌아올 수 없는 전설이 되었고 급기야 '농자천하지호구'라는 절체절명의 위치에서 국가를 상대로 자기(농민) 몫을 달라는 항거와 외침은 너무 당연하다. 한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愚(우)에서 전체를 재단하려 해서는 민심의 이반뿐이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큰 소리 쳤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농촌이 죽어야 나라가 살 것처럼 표변하는 동기는 먹기 좋기는 곶감이기 때문이다.

백남기 자연인의, 한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농심을 죽였다는 행간에서 권력의 포악함을 보아야 한다. 국민을 보호 할 수 없는 국가라면 국가의 행위에 불복종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권리다. 어느 누가,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공권력에 승복하겠는가. 나는 그래서 이 '놈'들이 정말 싫다.

검찰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일 년 가까이 수사를 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정치권에서도 백남기 사건에서 '특검'을 요구 했지만 새누리당은 부검을 반대하면서 무슨 특검이냐며 화를 낸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고 있는데 정말 이 '놈'들이 나는 싫다. 잘못은 잘못을 시인하면 그만이다. 같은 유형의 잘못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처를 취하면 또한 그만이다. 전남 곡성 출신 새 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단식 농성을 했었다.

박근혜 대통령 호위무사, 당무수석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그는 졸장부가 거의 틀림없다. 째바리라는 이야기다. 이왕 목숨 걸고 곡기를 끓겠다면 백남기 농민 사인 진상규명 단식이 정답이다. '쇼'는 없다는 이정현의 '쇼'가 박근혜 정부의 진짜 모습이다. 나는 그래서 정말이지 그 '놈'들이 몸서리치도록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