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는 날개가 삼백예순다섯인 태극나비
일 년의 하루가 태어날 때마다 날개가 하나씩 돋아났네
삼백예순다섯 장의 날개가 돋아나던 날
나주는 모든 그리움의 성지가 되었네

출렁이는 영산강이 붉은 해를 낳으면
나주는 한 마리 태극나비
날갯짓 한 번에 세상의 꽃들이 깨어나네

삶에 지친 꽃들이 더 이상 꿈꾸지 않을 때
바람은 나주로 불어오네
시간의 마디마디에 접혀있던 날개는
육신의 눈보다 아름다운 영혼의 눈을 가졌네

삼백예순다섯의 날개마다
누구의 가슴도 무너지지 않기를
배꽃의 눈망울이 흐려지지 않기를
촛불을 밝힌 금성산은 기도하네

날개는 캄캄한 번데기시절을 견디며 
달빛 어룽진 어느 밤길에 젖고 있을
외로운 꽃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네

태몽이었네
나주가 태극나비로 우화하는 날
세상에 흩어진 꽃들은
탯줄이 풀리듯 삼백예순다섯의 날개를 퍼덕이며
살아생전 꼭 한 번 돌아와야 한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