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젊은 의사가 남기 2년간의 기록

이 책의 저자인 폴 칼라티니는 1977년생. 스탠포드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영문학 석사를 취득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역사 및 철학 과정을 이수하고 예일대 의대 대학원에 진학해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졸업 후 모교인 스탠포드대학으로 돌아와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6년을 일했다. 미국 신경외과학회로부터 최우수연구상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화려한 스펙을 지녔다. 한 해만 지나면 레지던트 생활과도 이별할 터였다. 서른여섯 살, 그는 정상에 올랐으며 약속의 땅만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장밋빛 인생이 무너진 것은 순간이었다. 가슴 뒤 통증이 느껴졌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CT검사 결과는 명확하고 참혹했다, 무수한 종양이 폐를 덮고 있었다. 척추는 변형됐으며 간엽 전체가 없어졌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서른여섯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마지막 2년의 기록이다.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

책의 1부가 의사로서의 소명이라면, 2부는 처지가 바뀐 환자 폴의 고백이다. 목자(牧者)의 자격을 반납하고 방황하는 양이 되어버린 의사, 서른여섯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라고 했다. 폴의 가장 큰 고통은 언제 죽을지 정확히 모른다는데 있다. 1년이 남았다면 늘 쓰고 싶었던 책을 쓰리라. 10년이 남았다면 병원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다. 그러나 담당의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말해 줄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요."

불투명한 죽음이 예고된 상태에서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폴은 신경외과 수술실로 돌아갔고, 마지막 순간에는 삽관의 강제 연명을 거부하고 가족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발적 죽음을 선택한다.

너무 급하게 병세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폴은 책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폴이 직접 쓴 원고의 마지막은 자신의 분신인 딸 케이디에 대한 예찬이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며,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졌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폴이 이 책에서 인용한 문학의 경전 중에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이 있다. "나는 계속해서 나아갈 수 없어(I can't go on)"와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I'll go on)"라는 두 대사 사이에서, 그는 자신의 존엄과 딸 케이디의 탄생을 선택했다.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를.

이 책은 서른여섯 외과의사가 죽음이 오는 순간까지 결코 삶을 놓지 않았던 그의 육성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딸 케이디가 태어나고 8개월 뒤, 소생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숨을 거뒀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이 책의 에필로그는 아내 루시가 썼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 책에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의 결단, 삶과 죽음, 의미에 대한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를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