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잘된다며 넓히고 있는 식당을 보노라면 아슬아슬 하다. 그릇에 넘칠 듯 말 듯 담겨 표면장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물도 불안해 보인다.

과욕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어서 지나친 욕심이 되레 욕심을 부린 그 사람을 '잡아먹는' 일도 종종 본다.

말글살이도 예외가 아니다. 아는 만큼만 쓰면 될 텐데, 그 것보다 더 쓰려다 실수를 하고 망신을 당한다.

특히 한자말들이 그런 함정을 많이 파놓고 있으니 잘 피해가야 한다. 함정 두 가지.

자식들과 따로 살며 다섯 살 연상의 남편과 해로하시는 나의 어머니의 춘추는 향년 일흔넷.

이름난 문화행정가이기도 한 어느 희곡작가가 신문에 쓴 이 글은, 보는 사람을 기함하게 한다. 멀쩡하게 살아 계신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향년(享年)'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다. '누리고 있는'이 아니라 '누린'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돌아가신 사람에게만 쓰는 말인 것. 없어도 될 말을 쓸데없이 더 낳는 바람에 이런 있을 수 없는 불효가 일어났다.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은 12세에 입단한 재원이다.

놀랍기는 이 기사 문장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로 성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원'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자'를 가리킨다.

'재녀(才女)'라는 뜻이다. 그러니 남자에겐 쓰면 안 되는 말이다. 물론 '나이 많은 여자'에게도 쓸 수 없다. 게다가 12세라면 젊다기보다는 어리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