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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다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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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호] 승인 2016.07.31  0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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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향교대성전에서 600년을 견뎠다는 은행나무를 만났다
시간의 앙금을 견디는 일은
지치지 않고 받아먹은 상처를 흉터로 품는 일이다
흉터의 기억을, 그 푸른 눈물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온몸이 흉터로 덥히면
흉터자국마다 금강석처럼 빛나는 비늘이 돋아나
용이 되어 승천 한다는 전설을 믿고
흉터를 품은 나무는 ‘승천’을 상으로 받았다
흉터에 깃든 푸른 기억 같은 명줄들이
꼼지락꼼지락 나무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귀여운 가려움에 나무는 몇 번 몸을 뒤틀더니
제 몸에 깃든 것들 차마 떨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승천을 버린 나무는 흉측한 이무기가 되었다
귓바퀴는 낮은 데로 쏠려 땅의 신음소리를 듣고 
새의 똥을 받아먹듯 바람의 눈물에 젖었다
이마에 주름 서너 겹 고랑을 파고
신음소리와 눈물의 흉터는 더욱 흉측스러워졌다
흉터의 근육이 바위처럼 뭉쳐있어
나무는 함부로 흔들리지 않았다

흉터에 깃든 명줄들 하늘처럼 받들어 업은
이무기에 기대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흉터의 눈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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