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만대의 스승이라고 추앙되는 공자는 鄕員(향원)을 몹시 미워했다고 한다.

논어의 양화편에서 향원에 대해 풀이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덕을 훔치는 도적(德之賊也)이라고 일갈한다. 덕을 훔치는 도적은 누구일까? 공자의 행적을 더듬자면 이 도적을 쉽게 잡을 수 있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대사구(법무부장관)로 취임 일주일 만에 당대 큰 인물이었고, 많은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었던 대부 소정묘의 목을 친다. 여기서 공자는 五惡(오악)을 주장한다.

오악이란, 心達而險(심달이험, 만사에 달통해 있으면서 흉험한 짓을 하는 자), 行僻而堅(행벽이견, 행신이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자), 言僞而辯(언위이변, 언변은 그럴싸하나 허위와 교활 한 것), 記醜而博(기추이박, 추한 지식으로 박학다식함), 마지막으로 順非而澤(순비이택, 틀린 것을 교언영색을 통해 옳은 것으로 꾸며대는 것)인데 오악 중에 하나에만 저촉되어도 군자(지도자)의 손에 처단되어져야 하지만 소정묘는 다섯 가지 죄를 모두 범하고 있으며, 소인배들의 영웅(간웅)이라 죽임으로서 그 죄를 당당하게 물어 향원(사이비)들에게 발 디딜 틈을 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기를 보여 주었다.

손금주 국회의원에게 띄울 글에 향원을 들이민 것은 '한전 에너지 벨리 연구개발(R＆D)센터 나주유치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 결정적 역할'이라는 제하의 00일보 기사를 보고 향원이 불현 듯 생각나서다. '손금주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당선인 신분으로서 에너지벨리 (R＆D)센터 나주유치를 위해 한전 사장(조환익) 및 임직원 등을 여러 차례 면담했고, 나주시와도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고 관련 신문기사는 주장한다. 

한전 측과 여러 차례 면담과 나주시와의 수차례 회의가 결정적 유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유치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나주시청, 전남도, 손금주 이렇게 강하게 압축해 놓았다. 나주시민이나 신정훈 前국회의원의 노력을 애써 외면하려는, 나쁘게 표현하자면 완장 찬 놈, 즉 승자의 교만이 빚은 평가절하라는 이야기다. 인간의 모듬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웃을 인정하는 것이다.

신정훈 국회의원은 이제 前자가 붙게 된 '쪼빡' 신세라지만 1년 반 정도의 국정을 다룬, 손금주 '초'짜 의원과 대비되는 여러 가지 선배임은 확실하다. 長幼有序(장유유서)를 구시대 유물로 치부하는 판사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몰라도 장유유서가 삼강오륜 중에서 오륜의 한축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있다면 자화자찬은 보기 흉하게 되어 있다. 아니 나주시민들이 구렁이 제 몸 치이듯 하는 꼴불견을 어떻게 생각할지 가슴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염려되는 대목이다.

나주시에서는 손금주 당선자와의 수차례 회의가 아닌 단 두 차례 만남을 인정한다. 나주시장과의 공식채널을 통한 만남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나주시의 설명도 있다. 회의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주제를 놓고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 모임'이라 적고 있는데 회의인지 만남인지 나도 헷갈린다. 한전 조환익 사장과 수차례 만나 협의했다는 사실여부에 대해서 손금주 측의 해명은 이렇게 알려졌다.

'구체적 일시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만났던 일시가 대외비가 되는 순간이다. 단,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할 때 에너지 분야를 담당해서 한전 사장과는 인연이 있었고 전화를 통해서 여러 차례 나주유치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임직원이란 한전 박성철 전무는 연구개발(R＆D)센터를 광주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부단 없이 노력한 인물로 나주지역에 죽일 놈으로 회자되었던 사람인데 손금주 당선자와 광주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 '나주유치를 부탁 했다'가 진실이라면 손금주의 공정정치는 청탁에서 만들어지는 해괴한 몰골이 될 수 있다.

나주 유치를 위해서 손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1지망 상임위 선택이라는 喜言(희언)이 戱言(희언)이 아니길 바라지만 정치인의 功(공)의 과대포장이나 과대평가는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의원을 빗되어 국개의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넘친다. 나주시민을 우습게보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당선자 신분으로 1개월 여 만에 큰일을 치러냈다는 생색은 손금주 본인의 인격에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주변부들의 머리 없는 장난도 있을 법하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남의 불에 게 구어 먹기, 이런 행태의 정치인이라면 그 수명은 길지 않다. 실수라면 한번으로 족하다. 주변부들의 빗나간 충성발호를 경계치 아니하면 내일은 낭패다, 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