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시가 있는 월요일
호미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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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호] 승인 2016.03.13  09: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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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완장
 원죄는 완장에 있었다. 호미가 굽은 허리의 기형아로 태어났을 때 노예시장에서 실한 일손을 가리키듯 대장간 시렁에 걸려있던 그를 누군가 손짓했다. 그의 과업이 수십 줄의 직선으로 암호화되어 자물쇠 채워진 바코드완장에 보관되었다.

2.명령어
 바코드는 이미 포맷된 그의 머릿속에 일 기가의 명령어를 저장해두었다. 제 동족을 잡아먹는 문어처럼 제 핏줄인 잡초를 격파하며 그는 성장했다. 일 기가의 무진장한 힘으로 실뿌리까지 깡그리 삭제하였다. 최초의 주문 사양대로 지칠 줄 모르고 눈만 뜨면 또 다른 저와 팔매질을 하였다.

3.물음
 먹는 밥맛이 다르고 옷의 때깔이 다르고 웃는 이유가 다르므로 삼대를 멸해야한다는 명령에 한 점의 물음표도 없이 그는 복종하였다. 팔매질에 길들여진 호미는 손톱이 꺾이고 밭두렁의 한숨이 짙어지면서 독한 마름 같던 바코드가 헐거워졌다. 문득 옆 밭을 갈아엎는 누렁이의 서러운 워낭소리가 들판을 흔들었다.

4.마실
 나이든 호미는 하반신만 남겨둔 채 한나절씩 강 건너 밭두렁까지 마실을 돌았다. 어쩌다 상하반신이 한 몸으로 합쳐진 운 좋은 날에도 짐짓 헛발질만 하다가 저에게 잡아먹힌 잡초들의 어린 것들을 슬몃 놓아보냈다.

5.유배
 화가 난 주인이 호미를 헛간 시렁으로 유배 보냈다. 인심 좋은 아침햇귀가 구석진 시렁까지 따뜻한 귀를 내미는 날이면 호미는 풀삼시랑들의 안부를 묻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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