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바느질을 한다
눈을 꼭 감고 산도를 빠져나온
그 눈망울, 아직 감감인 눈먼 사내가 바느질을 한다
더듬더듬 바늘구멍을 찾아 실을 꿴다
향기가 눈먼 것들을 불러들이듯이
바늘구멍이 실을 불러들인다
한 땀 한 땀 세상이 꿰매진다

하늘에 박음질로 떠있는 달
큰두루미의 머리에는 붉은 화관이 씌워진다
홈질로 처리된 달빛은 울상이다
눈먼 사내의 문장에는 별빛이 말줄임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을 꿰매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멍에 실을 꿰는
손가락에 눈이 달린 저 사내
저 눈 먼 사내
향기로 세상을 읽는 저 사내
소리로 세상을 보는 저 사내

엎어지고 개울에 빠져가면서
기어이 사내의 세상에 도착한 찔레향기
사내가 웃는다
마당을 돌다가, 툇마루에서 한숨을 쉬다가
골방에 틀어박힌
사내의 달팽이관으로 발을 들여놓는 새소리
밝아지는 반짇고리

사내의 바느질문장이 꽃수레처럼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