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우리는 한때 국산화의 생활화라고 할 수 있는 身土不二(신토불이)에 열띤 호응과 무한 공감을 보냈다. 이러한 배경은 경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밀어붙이기 시작한 1980년대의 우루과이라운드는, 우리나라처럼 국가 간 경쟁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1차 산업의 엄청난 타격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지금도 중국 등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농수산물과 기초 생활용품, 그리고 건축자재 등으로 인한 관련 산업의 근간이 초토화 된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요즘 정부에서 소요죄 등의 겁박을 서슴지 않고 있는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의 단초가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정부가 일을 벌이고 국민이 뒤치다꺼리 하는 모양새인데, 나주시가 4억3천만원을 들여 시청 본관 외벽을 중국산 석재로 뒤덮겠다고 야단법석 공사판을 벌리자 강인규 시장이 "한국사람 맞냐"며 시민들의 성냄이 보통이 아니다.

한편에서는 조합장과 시의회의장을 역임한 나주시장이, 나주시의 대표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시청본관 외벽을 중국산 석재로 치장이라면 농민출신이라는 정체성의 바탕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공직이란 의식의 한계를 노출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크게 일고 있다.

나주시가 왜 이런 황당한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나주시는 외벽공사에 사용되어지는 석재가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업자가 알아서 구입 하는 것'이라는 대답이다. 측간(변소)기술자도 아니고 국가의 녹을 받아먹는 공무원의 답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이러한 해괴한 답은 윗물과 아랫물의 최상의 조합이라는 근본적 죄에서 잉태하고 있다. 나주시가 팔푼이만 사는 동네가 아닌데  팔푼이 동네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여론도 많다.

또한 수많은 건축 관련 공무원들이 본관 건물을 출입하면서 수입석재공사가 불러 올수 있는 문제점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면 나주시 공조직의 도덕적 해이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시민의 혈세로 중국 산 건축자재를 구입하여 공공건물을 도배 한다는 것은 매국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문제가 불거진 석재는 외국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건축자재가 아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석재로 널리 쓰이는 화강석이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생산되어지고 가격도 국내산 석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굳이 중국산을 사용해야 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석재 전문가의 전언이다. 예산절감하고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의미다.

이어서 나주시는 공사설계를 용역에 맡겨서 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설명도 당당하게 덧붙인다. 관련 공사를 감독해야 될 나주시가 외벽 마감재인 석재 시공공법이 건식인지 습식인지, 그리고 장단점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를 자랑하는 것의 문제점보담, 돈 없다는 나주시가 나주시의회 건물과 본관 옆에 신축한 건물과의 외형의 조화를 맞추고 단열을 위해서 타일로 된 본관의 외벽에 화강암 석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친절한 설명은 무식의 하이라이트이다.

여하한 공사에서 석재 구입은 생산지가 반드시 한곳이여야 그 품질과 돌의 색상이 일정하게 나오게 되어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석재 생산지에 따라서 품질과 색상이 천차만별이기에 지명을 붙여 구분하는데 나주시의회 건물에 사용된 외벽 석재 마감재가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인지 확인도 없었다는 것. 여기에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석재가 국산인지 중국산인지도 아예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나주시 행정의 난맥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주시는 입만 벌리면 천년 목사고을을 들먹거린다.  나주를 찾는 관광객이 1백만 명이 넘었다고 구렁이 지 몸치이듯 자화자찬도 요란하다. 선조들이 이룩한 찬란한 문화유산, 그리고 정신문화유산이 정말이지 돋보이는 나주다. 그러나 지금, 나주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 사건이 나주시청 본관 외벽 공사이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어야 하겠는가?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유행가 가사가 귓전에 맴 돈다. 나주시장! 아무나 할 수 있는 나주시이다. 참 부럽기도 하지만, 알아야 면장 한다는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