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국가정책 기조는 우리처럼 냄비근성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정책을 입안할 때 밑그림을 철저하고 튼실하게 그리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의 번영이라는 공통분모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달라져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전혀 그러한 기미를 여지 것 찾아 볼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이 바뀔 때 마다 달라지는 교육정책을 들 수 있는데 아직도 언제나 갈팡질팡은, 청소년들을 국가의 대들보라는 권력의 추임새는 꾸밈에 불과하고 결국은 이제 청소년들을 골병들게 하는 수준이 되었다. 조선공사 3일과 다름없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주지역도 이러한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전임자가 입안한 지역발전 정책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권력자의 입장에선 좋고 나쁨을 떠나 여간 껄끄럽게 여기는 의식의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시민사회라는 의식이 열악한 승자 일수록 패자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동물적 본능이 매우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패자 것의 정책이 성공이라는 박수를 받지 못하겠다는 묘한 오기도 있을 법 하다.

나주시는 임성훈 재임시절인 2011년 10월 팔관회를 지역축제로 양성(?) 한다는 열의를 가졌었다. 비록 걸음마 수준이었고 일부 과정이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지 못한 우를 가지고 있었지만 고려 현종의 나주 몽진(피난)이라는 역사성과 천년고찰 심향사에서 현종이 참여한 나주지방에서 팔관회 개최는 유일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정체성이나 역사성이 전혀 없는 축제와 비교한다면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었던 축제였다.

나주시는 2013년에 심포지엄을 통한 재조명에 열을 올렸었고 관련 축제의 기본설계를 위하여 7천만 원을 들여 기본학술용역 사업을 마쳤다. 이어 2015년 실행계획 용역비로 1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불용처리 하면서 나주시는 팔관회 축제사업자체를 아예 폐기하는 수순을 밟았다.

전임 나주시장의 7천만원짜리 용역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死藏(사장)되고 말았는데 문제는 정책의 단절에서 오는 피해는 항상 시민들 몫으로 귀결된다는데 있다. 팔관회는 불교적 행사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데 고려조에서 융성했던 팔관회는 불교, 호국 그리고 군중의 결속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폭 넓게 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축제였다.

이후 역성혁명에 성공한 조선조에서 불교에 의한, 조선왕조의 전복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요량으로 抑佛崇儒(억불숭유)에 힘입어 팔관회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1994년 서울에서 그 모습을 보였다. 이어 부산 범어사 주관으로 2000년부터 오늘날 까지 팔관회를 열고 있는데 불교적 행사 위주이기에 고려조의 팔관회하곤 그 양상과 성격이 약간 다르다.

또한 나주시가 고려의 팔관회를 축제의 견본(모티브)으로 삼는다고 시비할 사람도 없다. 지난 10월에 치러진 정체성 없는 마한축제는 인근 이웃 고을 영암에서의 시비가 있었고, 한강 이남지역에서는 어느 곳이나 마한이란 주제를 가지고 관련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축제로서 동기나 조건이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나주 금성산은 護國(호국)의 의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 삼별초의 난에서 보듯 고려 왕조에 대한 나주의 충절은 대단할 정도였다. 또한 근세에 동학혁명 당시에도 나주읍성은 함락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정신을 받들어 계승하고 발전 시켜야만 나주의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다.

나주시장은 나주시의 우선순위를 마음대로 핸드링 할 수 있는 위치인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라든가 지역 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나주라는 땅을 위한,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달라는 부탁이다. 전임자의 정책이 자신의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나주를 위한 정책이라면 칭찬을 아끼지 말고 당당하게 추진되어야 박수 받을 수 있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터질 것 같은, 소탐대실은 소인배들의 전형이다. 현)나주시장의 이러한 정책 단절을 시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혹여 나주시장의 자질론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