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천년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영겁(永劫)에서 보면 천년도 수유(須臾 순간)'라는 이 글은 소설가 정비석 선생의 '산정무한'의 마지막에 있는 마의태자를 기리는 시(詩)의 한 구절이다.

천년동안 누려왔던 왕국도 고작 남쪽으로 뻗은 가지의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자다 꾼 꿈과 같다는 것과 천년이라는 엄청 난 시공도 유구한 인간의 역사에서 보자면 눈 깜작할 순간이라는 외침은 범부는 물론이고 사회 지도자라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뼈에 새겨야 될 금구(金句)와 같다.

인간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머리에 먹물 든 사람이라는 어른들의 회탄(悔歎)은 금력의 만능으로 치닫는 사회 일수록 가속도가 붙게 되어있는데 나주라는 지역사회가 그러한 형태를 꼭 빼다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나주인으로써 면목이 서질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최근의 안 좋은 사례로 나주축협을 들 수 있는데 대부분 조합원들이나 직원들은 무죄가 틀림없다. 그러나 축협의 각종 비리의혹에서 문제를 살피자면 (전)조합장이나 전무, 아니면 감사나 이사(理事)들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는 작은 실천의 양심이 존재했다면 자리에서 내려 왔을 때 반드시 과(過)가 적고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드는데 이성의 지배를 거부하는 권력이란 단맛은 크나 작으나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이러한 손가락질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려면 이성이 권력이란 마귀의 유혹을 떨쳐내야 하는데 전제조건은 반드시 수신(修身)이라는,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옛날 출사(出仕)를 준비했던 곧은 선비들은 신독(愼獨)이라고 하여 어두컴컴한 골방에 혼자 누워 있어도 삿된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의 수양을 최고의 목민의 덕목으로 삼았다.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선비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야 그 사회가 올바로 곧추 설 수 있는데 이 부분을 면경으로 삼아 정치판이나 조합판에서 나주를 꼼꼼히 살펴본다면 나주는 개차반이 분명하다.

한편에선 이러한 나주지역의 구부러진 면을 아전(관아에 딸린 말단 행정 실무자)문화라고 비하 하지만 실상은 일제치하에서 불량한 권력에 빌붙어 호위호가를 업으로 삼았던 모리배들이 득세하자 너도나도 모양내기에 급급하다보니 야만의 단맛이 세습 되어 낮이 두꺼워진 것이 나주의 전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급변하여 이성이 모든 사회구조를 지배해야 하는 당위성이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아직도 폐습이 지역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는 것은 사회지도층들의 용감한 무식 탓도 있지만 먹물 든 짐승들의 포악한 탐욕에서 원인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나주시라는 거대 조직도 과거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시민을 위한 행정이란 지릿대를 권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방자치라는 의미, 그리고 주권재민이라는 간단명료한 민주적 절차를 사장(死藏)시키는 반시민적 행위임이 틀림없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도자는 우선 자신이 반듯해야 하고, 굽은 사람 위에 반듯한 사람을 등용해야만 사람의 사회가 불편부당하지 않고 가지런해 진다고….

나주시는 정실인사도 부족하여 측근의 전횡인사가 횡횡하고 있다는 비난이 공직자사회에서 크게 일고 있다. 엄이도령(掩耳盜鈴)이라고 강인규 시장과 측근들이 귀를 애써 막고 나주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을 흠집 내기로 생각하는 과거의 전철을 밟아 간다면 멀지 않아 얼음이 얼게 되어 있다는 것은 하늘의 순리이다.

시민들이 위임해준 권력을 자기 것으로 여기고 교만해 진다면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나주지역의 지도층들은 앞선 수레의 넘어짐에서 지혜와 교훈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천년동안 누렸던 왕국도 남가일몽인데 까짓 몇 년의 벼슬살이가 천년이나 갈 것처럼 칼춤을 추고 있다면 의식의 얕음에서 오는 천박함은 부끄러움만 더 할 뿐이다.

지금 나주시는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봉선화 순정이 아니라 폭풍전야의 잠잠이라고 할 수 있다. 항용유회라고 하늘까지 올라간 용(龍)의 기고만장은 볼 장 다본 장터처럼 스산한 후회만 있다고 정점에 오른 이성 없는 권력의 막장은 후회뿐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보듬고 살아야 허물이 적다는 것을 가슴으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