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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1.목숨 건 표해(漂海)(3) 나주에서 땅 끝까지 꼬박 이틀 걸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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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호] 승인 2006.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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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이동한 일행은 말을 탄 최부를 중심으로 영산강을 따라 걸어갔다. 지루한 일정이다. 말의 고삐를 잡고 앞서가던 최거이산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경차관님! 저렇게 예쁜 바위산이 높기도 하네요?"

  "그래, 월출산(月出山)이구나."

오후 무렵에야 멀리 보이는 월출산(809m)의 하얀 바위덩이들이 장엄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로만 이루어진 산은 금강산처럼 수직암벽 산이라고 해서 이곳 사람들은 소금강이라고 부르는 산이다.

산 능선이 갑자기 솟아오르듯 불끈 튀어 오른 봉우리가 천황봉(天皇峯)이다. 남부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수많은 돌로 이루어진 수석전시장 같은 산이 월출산으로 보는 이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화려하게 치장한 산이다.
 
월출산은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불끈 솟아있는 느낌을 주는 남자의 산이며 양기가 넘치는 산으로 숫산이라고도 하는 산인데 낮은 고개를 옆으로 돌아 넘어서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주를 떠나 반도의 땅 끝 해남(海南)까지 오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제주로 가는 뱃길은 오로지 관두량(館頭梁)에서 배를 타야만 가능하다. 관두산 아래에 자리한 포구는 고려시대부터 중국과 교역로가 터 있던 국제무역항이었다.
 
오늘날에야 간척사업으로 인해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어진 한가한 포구이지만 한때는 멀리 제주도와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과 집체만한 무역선들이 드나들던 국제 항구였던 곳이다.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의하면 해남의 남쪽 40리에 위치한다고 했다.

관영호텔격인 해진성관(海珍城館)

지금은 제주 가는 길이 하늘 길도 열려있고 주로 목포에서 덩치 큰 카페리 호에 승용차를 싣고 가거나 완도에서 쾌속선을 타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오로지 관두량에서 배를 타야만 했던 것이다.

허름한 포구의 작은 방에 함께 자리한 일행은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수시로 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흘이 지났지만 배가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배를 기다리다 지친 일행은 지루하고 답답했다. 어느새 십여 일이 지나갔지만 제주 가는 배는 꼬락서니도 보이지 않았다. 정보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경차관님! 우리 모두 산꼭대기로 올라가 언제 배가 오나 바다나 한번 쳐다봅시다. 산도 한바퀴 돌아보면 좋을 듯 합니다. 언제 올지 알 수없는 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이 사람 속을 태우는 구만요."

  "방에 갇힌 포로 신세네요."

  "으-음, 모두 산이나 한바퀴 돌아보자."

관두량은 땅 끝에 자리한 작은 항구로서 말이 항구지 작은 어선들이 드나드는 포구였다. 별다른 포구나 항구가 없어서 거리상 가장 가까운 이곳을 제주 다니는 지정뱃길항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관두량의 뒷산이 관두산(해발 162m)이다.
 
항구까지 오는 도중 발에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져 왼발을 절뚝거렸던 만산(萬山)과 나주출신의 손효자(孫孝子)는 방에서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다.

김중이 해진성관(海珍城館)의 작은 방문을 열었다. 해진성관은 제주를 드나들던 관리들이 묶던 임시 숙박관소였다.
 
오늘날로 말하면 여행객을 위한 관영호텔인 것이다. 이곳은 제주와 육지사이의 출입관문인 어란관에서의 출항관리와 점검, 제주 공마(貢馬)에 대한 사료의 보급과 함께 관리들의 임시숙소로도 이용되었던 곳이다.
 
관두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해진성관은 이곳의 항구에서는 제일 큰 건물로 제주를 드나드는 객주나 손님들이 이용하기도 하지만 최부처럼 공무집행중인 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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